지역간 출혈 경쟁 없어야
정부 지원으로 항공정비(MRO)단지를 조성 중인 경남이 인천의 항공정비 클러스터 조성 사업 추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수 항공기 정비 분야에서 두 지역 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소모적 경쟁보다 경쟁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인천시에 따르면 국내에는 민수 항공기 정비 단지가 없어 해마다 4조원 이상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에 시는 전날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상공회의소·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인천산학융합원과 '항공정비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참여 기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인천공항 114만㎡ 부지에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해 국부 유출을 차단하고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협약의 뼈대다.

반면 경남은 이 소식이 달갑지 않다. 현재 정부 지원을 받아 경남 사천에 국내 유일의 항공정비단지를 건립 중인데, 인천이 뒤늦게 뛰어드는 것은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은 사천 항공정비단지가 민수·군수 항공기를 모두 취급하기 때문에 인천 항공정비단지 조성 사업이 결국 수도권의 비수도권 밥그릇 뺏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사천은 국가 항공정비단지로 지정받은 상태다. 해외 민수 사업으로 진출할 계획도 있다"며 "지난 4년간 항공정비단지를 유치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는데 인천이 뒤늦게 항공정비단지 조성을 추진해 당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사천 MRO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해 7월 전문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3월부터 항공기 정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항공정비단지가 단 하나만 운영되는 것은 자유주의 시장 경제의 기본 취지와 어긋나며, 오히려 인천과 경남이 항공정비단지를 동시에 운영하면 상승효과가 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병곤 인천테크노파크 항공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MRO 전문업체를 여러 개 보유한 국가들이 많다. MRO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 체제가 형성되는 것이 국가 발전 차원에서 더 좋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 속에서도 인천과 경남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인천공항이 민수 항공기 정비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란 사실을 이제는 정부와 경남이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