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노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올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공포한 지 572돌을 맞는다. 1926년 처음 경축행사를 벌인 이후로 올해 88회를 맞이한다. 첫 경축행사는 11월 4일에 하였으나 1940년에 '훈민정음 해례'가 발견되었는데, '훈민정음 해례'에 기록되어 있는 배포한 날을 그레고리력으로 해독해 본 결과 10월8일로 밝혀짐에 따라 1946년부터 10월9일을 경축일로 지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0년까지는 공휴일로 경축하다가 1991년부터 2012년까지는 경제계 요청으로 공휴일로 하지 않았다. 2013년부터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 다시 공휴일로 경축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는 찬사가 있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라는 찬사도 있다. 그리고 일상에 쉽게 사용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한글날이 가까워지는 이 즈음 아쉬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첫째는 한글을 지켜나가는 한글학회의 둥지인 한글회관 모습이 초라하다는 점이다. 한글회관은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신문로1가)에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근처에서 서울지방경찰청 방향으로 넘어가는, 역사가 있는 거리에 있지만 건물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 그러한 느낌이 많이 든다. 1층은 문구점, 2층에는 요가원, 3층에는 문화센터가 입주해 있다. '한글회관'이라는 문구가 건물머리와 입구에는 붙어 있지만 호사스러운 다른 간판에 가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둘째는 우리글을 지키려는 몸부림이 느껴지지만 국민의 정서는 많이 멀어져 있다는 점이다. 입구에 지난 여름에 '외국말 마구 쓰기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얼마나 안타까운 외침인가.
한글은 표음문자라고 한다. 소리를 기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는가? 글씨 그 자체는 소리를 기록하지만 글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어는 분명히 의미를 담고 있다. 표음문자이면서 표의문자이다. 그래서 단어 사전이 있지 않은가. 문명이 발달하고 국제교류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단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외래어가 많다. 가장 많이 쓰는 명사 중 하나인 '컴퓨터'. 이 단어를 대체하는 우리말 단어는 애매하다. 'Computer'라고 쓰지 않았기 때문에 표음 의미에서는 틀리지 않았다. 많은 외래 단어는 우리 국민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정의를 필요로 한다. 부득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굳이 외래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도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특히 긴 고유명사 등의 약자를 쓸 때 두드러진다. 우리말에 마땅히 쓸 단어를 찾지 못해서일까, 일종의 유식하다는 우월의식일까, 외래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당사자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라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일까?

중국은 'center'를 '中央'이라고 자기 글자로 표현한다. 우리는 '센터(센타)'라고 표현한다. 표음문자인지 표의문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고유 단어가 아닌 외래어는 상응하는 우리말 단어를 찾아서 알리고, 마땅한 우리말 단어가 없으면 외래어에 대한 정의를 정하여 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외래어를 한글로 쓰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