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현 임팩트매니지먼트 대표


추석을 앞두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언제 밥 한 끼 하자'며 무심코 던지는 말. 관용적 표현이지만 한편 편안한 말로도 들린다. 또한 누군가에게 쉽게 이용당하는 사람을 우리는 '밥'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밥은 인간이 행하는 쉬운 행위 중 하나로도 여겨왔다. 또한 "식사하셨습니까"라는, 옛날 끼니를 제때 잇지 못하던 시절 윗사람에게 건네던 이 말은 단순한 인사치레를 넘어 진중한 의미로까지도 사용했다. 그렇다. 밥은 물리적 의미의 밥 그 자체를 넘어 관계의 미학을 다듬는 그런 화학적 의미도 갖고 있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추석 상을 앞에 두고 문득 '밥'에 대해 생각을 다듬다가 그렇다면 이 '밥'이란 단어를 '골프'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필자가 미국에서 골프 공부를 하러 유학하던 시절이다. 도착하자마자 현지에서 산 자동차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만 길에서 퍼져 버렸다. 가까운 정비소를 찾아 수리를 맡기려니 트렁크에 물건을 체크하겠다고 열어보란다. 그곳엔 애지중지하던 골프채가 여지없이 들어 앉아 있었다. 나보고 "골프를 치느냐, 핸디캡이 얼마냐?"고 물어오면서 자기는 골프 친 지 십년 째며 핸디캡은 그 당시 내 핸디캡인 7로 서로 차이가 없었다. 차를 찾으러 갔을 때 그 정비공이 스스럼 없이 내게 던진 말. 언제 나하고 공 한번 치잔다. 미국을 잘 모르던 당시 나는 기가 치고 어안이 없었다. 정비공 주제(?)에 골프를?.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게 큰 오판이었음을 깨달았다. 당시 미국은 이미 골프가 대중화되어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골프를 배우고 도처에 흔한 대중 골프장 입장료도 10달러나 20달러 정도면 누구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스포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귀족 골프'로 여겨지고 호화 사치스런 놀이로 사회도 이를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 사실이었다. 미리 팀을 짜고 예약을 해야 하고 값 비싼 그린피를 걱정해야만 한다. 그것도 하루종일 시간을 버려야 하는 먼 곳까지의 라운드를 불사해야만 한다. 우리와 그다지 처지가 다르지 않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1년 전에 예약도 가능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팀을 짜고 예약한 라운드를 1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회사에서 급한 일이 생겨도 1년 전 약속을 지키려고 라운드를 가더라도 직장 상사나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불문율처럼 사회의 관행이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스크린 골프가 마치 당구장을 넘나들 듯 대중화되어 젊은이들이 쉽게 골프를 배우고 즐기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어떤 골퍼는 단 한 번도 필드를 가보지 않고 언더파를 친다니 골프문화가 많이 변모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IT 골프 기술이 진보한다 하더라도 자연을 벗으로 즐기는 필드 골프에서 느끼는 그런 맛이 나오겠는가?
골프를 치는 기술도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 인간이 이제껏 행하던 어떤 스포츠보다 골프는 배우기 참 어렵다. 몸통은 수평으로 꼬고 다시 풀고 팔은 수직으로 위아래도 움직이는 해괴한 몸 움직임은 어느 누구든 배우지 않고는 여간 익숙하게 행하기 어렵다. 골프의 근본과 목적은 골프의 정신을 기본으로 하되 그 속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데 있다."
인류 문명사를 보면 비싸고 하기 어려운 인간의 행위는 자연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쉽게 싸게, 그리고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 프로 선수같이 아름답고 우아한 폼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골프의 원리가 다른 스포츠와 다른 이유와 그걸 간단히 행하는 방법 정도로 충분하다.
얼마 전 필자에게 최근 왼손잡이 초보자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라운드를 걱정하며 내게 찾아왔다. 오른손으로 쳐야 불편함이 없어진다 설명하고 그렇게 하도록 권유하였다. 반대 운동신경을 써가며 재미 있게 가르친다. 폼이야 좀 어색하고 어눌하면 어떤가. 어찌해야 즐거울 수 있을까에 온 신경이 모이도록 갖은 사례를 동원하며 준비를 시킨다. 골프채도 주변 동료들에게 얻어 치라고 추천했다. 그 골퍼 아닌 골퍼는 이렇게 쉽게 그리고 싸게 골프를 입문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지 않아도 디데이가 다 돼서야 바짝 언 상태로 찾아온 그를 더 얼게 해서야 되겠는가?
"언제 골프 한 번 칩시다!"를 "언제 밥 한 끼 합시다" 만큼이나 편안한 마음으로 제안하고, 그리고 실제 그렇게 밥 한 끼 먹듯 골프를 편하게 쉽게 치며 관계의 즐거움을 한껏 누리는 시간은 과연 우리에게 올까?


[이 칼럼은 '다이아윙스 골프'가 협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