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27. 가리비

 


테두리 따라 1마리당 200개 눈 달려 명암구분 가능



전 세계적으로 굴과 함께 가장 많이 소비되고 양식되는 조개류 중 하나가 가리비이다. 가리비라는 이름은 일본어 가이(ガイ) + 날아다닐 비(飛)가 합쳐져 가리비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

가리비는 동·서양의 여러 이야기에서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리스 신화에서 비너스가 가리비에서 태어났으며, 16세기 유럽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에도 등장한다. 여기서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는 가리비를 타고 바다에서 육지에 도착하는 장면이 있다. 왼쪽에 바람의 신 제피로스 등이 등장하여 비너스를 바다에서 해변으로 밀어내고 있는 명화다. 유럽에서 가리비는 생명의 탄생과 다산(多産)의 의미로 나타난다(실제 생물학적으로 가리비는 1억개 이상의 알을 산란한다).

스페인에서는 예수의 제자 야곱이 순교하여 배에 시신이 옮겨져 올 때 가리비들이 야곱의 몸을 덮어 보호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기독교의 성지(聖地)인 스페인 산티안고에서는 이정표 모양이 가리비이다.

중국에서는 월나라 미인 서시(西施)의 혀에 비유하여 서시설(西施舌)이라고 했다. 중국 설화에 서시는 오(吳)나라와 전쟁을 하던 월(越)나라 미인이었는데, 월나라가 오나라에게 전쟁에서 지게 되자 서시를 보내 미인계로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하지만 월나라의 왕후가 서시의 빼어난 미모 때문에 자기 나라도 망치지 않을까하여 몰래 서시를 바다에 빠트려 죽인다. 그 후 그 바다에서 조개가 많이 잡혔는데 조개 맛이 좋고 부드러우며 조개 혀가 사람의 혀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죽은 서시의 이름을 붙여 서시설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횟집 사이드메뉴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조개류 중 하나인 가리비는 부채조개, 주걱조개라고도 하며 전 세계적으로 400여종, 한국에는 참 가리비, 국자가리비, 비단가리비 등 총 12종이 있다. 두 개의 패각이 부채 모양으로 길이는 2~15㎝ 이다. 다른 조개류와 달리 한해성 조개류로 수온이 낮은 곳에서 잘 자란다. 수심은 20~40m 정도이고 이동할 때는 패각을 마주쳐 물을 뿜으면서 나아간다. 미세한 조류와 유기물질 등을 먹이로 한다.

가리비가 생태학적으로 특이한 점은 눈이 달렸다는 것이다. 1마리에 200여개의 눈이 달렸는데, 인간의 눈처럼 물체를 보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명암 구분 정도 가능한 미세구조로, 위아래 조가비를 살짝 벌리면 테두리 부분에 깨알보다 작은 검정색 점이 눈이다. 또한 이름의 날아다닐 비(飛)자와 같이 가리비는 두 개의 양 껍질을 힘껏 열었다 닫으면서 물을 뿜어 날아다닌다. 먹이를 찾거나 살아가기 적합한 환경으로 옮겨 다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인공종자생산에 의해 참가리비 양식이 시작됐다. 그 후 비단가리비 양식 등 다양한 종류와 방법으로 전국 각지에서 양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리비의 생산량은 2016년 기준 약 3000여톤이다.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리비의 70% 내외가 수입산이다. 일본산이 75%, 중국산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가리비 생산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는 일본이 가리비를 양식하기에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 아니다. 지속적인 양식환경관리와 기술개발 때문이다. 환경과 질병연구 등 생태기반적인 문제 해결의 노력 때문인 것이다.

요즈음 세계적인 수산물 이슈 중 하나는 가리비 채취에 대한 국가 간 분쟁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가리비 채취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과 한국 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중국의 싹쓸이 조업에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단속을 하지만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속적으로 생산 가능한 국내 해양환경 관리와 양식기술로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놓아야 일본같이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자체 생산량으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인천의 풍요로운 바다와 함께 어업인 소득 향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도 해결 될 것이다.

구자근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