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22. 키조개

키조개는 연체동물 중에서 껍데기가 두 장인 이매패류로 자웅이체이며 난생이고, 산란기의 암컷 생식소는 적갈색이고 수컷은 노란색이다. 대형 종으로 뾰족한 각정(殼頂)부위에서 폭이 점점 넓어져 전체적으로 긴 직삼각형에 가까운 모양이고, 두 껍데기가 서로 달라붙어 있는 등 쪽 가장자리(배연)는 직선 모양이다.

패각은 아주 얇으며 겉면은 편평하고 미끈거리는 것도 있지만 일반적인 모양새는 방사상의 도드라짐(방사륵)과 생장선이 뚜렷하고, 그 위에 꺼칠꺼칠한 비늘돌기(인편돌기)가 줄지어 나 있다. 껍데기 겉은 서식지에 따라 청록색, 녹갈색 또는 황록색이고 안은 진주 광택을 내며, 마르면 쩍쩍 금이 가고 쉽게 부스러진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내해나 내만의 조간대부터 수심 30~50미터 깊이의 모래 섞인 진흙 밭에 각정부를 박고 군집하여 서식한다. 전 세계적에 고루 분포하는 종으로 인도, 태평양, 동인도, 필리핀, 남동중국해, 홍콩, 대만, 일본 등지에 널리 서식한다.

정약전은 키조개에 대해<자산어보>에서 모양이 키를 닮은 기폐, 기홍합이라는 종을 소개했는데, '큰 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다. 넓고 편평하며 두껍지 않은 것이 키를 닮았다. 껍질 표면에는 실처럼 가늘고 긴 세로무늬가 있다. 빛깔은 붉다. 털이 있어서 돌에 붙을 수 있으며 돌에서 떨어져 나와 헤엄쳐 다니기도 한다. 맛이 달고 개운하다'라고 기술했다.

키는 곡식을 까부는 기구다.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샀을 때 머리 위에 덮어쓰고 이웃에 소금 얻으러 다니던 바로 그 키를 말한다. 정약전이 비유한 기홍합의 정체는 관연 무엇일까? 키조개의 겉모습이 홍합과 비슷하여 정석조는 <상해 자산어보>에서 기홍합을 이름 그대로 해석하여 키조개로 보았다. 동해바다에 사는 홍합을 '동해부인'이라 부르는데 대해, 서해 바다에 사는 키조개를 '서해부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합, 바지락 같은 조개는 전폐각근과 후폐각근이 거의 같은 모양에 비슷한 크기이지만, 국자가리비, 큰가리비 등은 전폐각근이 완전히 소실되고 커다란 후폐각근만이 남아 중앙에 큼직하게 붙어 있고, 키조개는 아주 작아진 전폐각근이 각정 가까이에 있고 후폐각근은 탱탱하고 빵빵하게 아주 큰 것이 가운데에 원기둥 꼴로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부드럽고 쫄깃한 속살로 사람들이 즐겨 먹는 '패주'라는 것이며, '조개관자'라거나 특히 일본인들이 이것을 '가이바시(가이는 조개, 바시는 버팀기둥을 말한다)'라고 부르며 즐겨 먹어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다.
'조개부전 이 맞듯' 한다고, 맨손으로 살아 있는 조개 입을 여는 것은 힘이 장사라도 어렵다. 두 조가비를 꽉 붙잡고 있는 단단하고 질긴 힘살, 폐각근(閉殼筋)에 날선 칼을 넣어 자르거나, 굽고 삶아 힘이 약해져 빠지지 않으면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다그쳐도 묵묵부답일 때를 가리켜 '조개 입 닫듯' 한다고 한다.

키조개는 늦은 봄인 5~6월에 잠수기로 채취를 시작하는데, 일명 '머구리'로 불리는 잠수부가 패각 끝이 보일 듯 말 듯 한 키조개를 갈고리를 이용해 찍어 올린다. 키조개는 단백질이 많은 저칼로리 식품으로 필수아미노산과 철분이 풍부하여 동맥경화와 빈혈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아연이 듬뿍 들어있으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어 현대인들이 섭취하면 건강유지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인천 지역에서는 옹진군 자월면 이작해역과 업벌 해역 등에서 키조개가 많이 생산되며 중구 연안부두와 소래포구에서 키조개를 구입할 수 있다. 말복이 지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요즘 주말에 인천의 연안부두나 소래포구로 가족나들이를 나가는 것도 어떨까 싶다.

/강선영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