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뗄 수 없는 24시간 … 오늘도 여성 철도원에겐 '금일 이상무'
▲ 지난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관제실로 발령받은 인천교통공사의 첫 여성 관제사 이강선.
▲ 이강선 관제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관제사는 업무 특성상 여성이 버티기 쉽지 않다는 편견이 많다"며 "그런 시선을 넘어 모든 시스템을 익혀 각 분야에서 멀티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차와 지하철 타는 것이 즐거웠던 소녀
영화 '철도원'보고선 장래희망으로 꿈꿔
한국교통대까지 졸업하며 준비한 결과
서울9호선 입사 … 4년 전 인천서 새둥지


관제업무 여성 버티기 어렵단 평가지만
모든 시스템 익혀 '멀티'가 되는 게 목표


완벽하게 어우러져야 하는 비빔밥처럼
실수 없는 제어로 안전한 2호선 만들 것





철도교통관제사는 도시철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관제실에서 여러 개의 화면을 통해 철도 운행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통제와 감시 업무를 해내야 한다. 신속한 판단력과 고도의 집중력, 상황 분석력이 필요하다.

관제사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 확보다. 상황에 따라 철도사고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관제실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 돼버린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관계기관 보고와 복구까지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인운행열차의 경우 출입문 닫힘 여부와 냉난방 조절, 객실 안내방송 등 열차 운행의 모든 것을 제어해야 해 처리 할 일이 더욱 많다.

이처럼 도시철도의 막중한 임무를 책임지는 자리에 인천 최초로 여성이 앉게 됐다. 그 주인공은 2007년 한국교통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도시철도 9호선을 거쳐 인천교통공사에 입사한 이강선(34) 관제사다.

철도를 본인이 태어난 곳인 전주의 대표음식 '비빔밥'에 비유하며 멀티 관제사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낸 이 관제사를 만났다.


▲철도를 향한 애정이 관제사의 꿈으로

이 관제사가 철도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학생 때부터 등산과 여행을 좋아한 그는 대부분 기차와 지하철을 이용했다.

자동차나 버스와 다른 매력을 느꼈고 편하게 다가왔다. 기관사 등의 철도 직종에 남모를 동경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시기 개봉한 영화가 꿈의 촉발제가 됐다.

"2000년대 초반에 철도원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었어요. 그 영화를 보고 관제사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한창 철도와 관련된 법이 많이 제정되면서 철도종사자의 처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고요. 대학 입시를 치르면서 교통대에 가기로 결심했죠."

한국교통대학교 운전과에 입학한 이 관제사는 재학 시절 전반적인 철도시스템을 공부할 수 있었다. 마침 졸업학년(3학년)이 됐을 때 철도기관사 면허제가 시행됐고 시험공부를 병행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졸업 시기에 면허제가 생겼으니까요. 열심히 공부한 결과 시험에 합격했고 제2종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취득했어요. 시험 시행 최초 합격자가 된 셈이죠."

이 관제사는 졸업 후 서울9호선에 입사해 관제센터에서 일했다. 입사하기 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최종면접에서 수차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꿈은 이뤄졌다.

수년간 근무하며 차곡차곡 경력을 쌓은 그는 2014년 9월 인천교통공사 공개채용에 응시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당시 공사는 2호선 개통을 앞두고 인력 충원에 한창이었다.

입사 이후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사업단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달 희망 부서였던 인천도시철도 2호선 관제실로 발령을 받았다. 사업단에 있을 때는 전반적인 부서 운영 업무를 했었다.

"무인 열차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탓에 인천교통공사 공개채용에 지원했었죠. 이번 인사 발령은 관제 업무에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9호선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지만 다시 시작하려니 긴장도 많이 됐지만요.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어요."


▲여성 첫 관제사라는 수식어에 대한 마음가짐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관제사는 업무 특성상 여성이 버티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주간·야간 교대로 일하면서 열차운행이 끝난 시간에도 작업통제를 해야 한다. 한 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셈이다.

오류나 문제가 생기면 의도치 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관제사가 인천교통공사 여성 최초로 주목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공사 내 실무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

"제가 근무하는 관제실 외에도 토목과 건축, 기계설비, 전기, 신호 등 각 분야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이 많아요. 이 분들도 모두 최초이자 최고인데 업무 특성 때문에 부각된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관제사는 타 철도기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배려심이 깊은 인천교통공사의 근무 시스템도 업무를 수월하게 해내는데 한 몫 한다고 했다. 업무 중간 휴식시간을 통해 심적 여유를 되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서다.

"2호선 개통과 함께 여직원이 늘면서 휴게실과 개인 침실, 샤워실 같은 복지공간이 확충됐어요. 업무 도중 취침하거나 휴식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지고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해주는 분위기가 업무에 대한 만족도를 더욱 높여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자신 있게 관제실 근무를 지원할 수 있었죠."

전주가 고향인 이 관제사는 철도를 '비빔밥'에 비유했다. 각기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맛을 내는 것처럼 철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가 뛰어나다고 해서 철도가 운행 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호와 전력, 기계설비 등의 모든 시스템을 브리핑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히 익히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직은 관제사 수습기간이고 선임 관제사님들께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하는 햇병아리에요. 언젠가는 관제실 각 분야에서 멀티로 일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되고 싶어요. 2호선이 개통 2주년을 맞은 만큼 안전하고 편리한 운송수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또 저의 사례를 계기로 다양한 직업군에서 새로운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철도교통관제사란?

철도교통관제사의 주 업무는 계획대로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제센터(관제실)에서 관제설비를 이용해 담당선로를 운행하는 모든 열차를 제어·감시·통제한다.

열차 운행선로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나 장애 복구도 담당한다. 이 경우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열차와 정거장에 운행지시와 관제승인을 내려야 한다.

유지·보수작업 구간의 열차를 통제하고 안전하고 원활한 운행을 돕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무인운행열차의 관제사는 출입문 닫힘 여부와 냉난방 조절, 객실 안내방송까지 원격으로 제어해야 한다.

철도교통관제사가 되려면 신체검사와 적성검사를 통과하고 3개월간의 전문양성교육을 이수한 후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필기·기능시험에 최종 합격해야 한다.

/글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사진 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