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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호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폐기물인 비닐봉지를 지느러미에 걸고 바다를 유영하는 장면이 포착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3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이 센터 연구진은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서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하던 중 지난달 25일 돌고래들이 등과 가슴의 지느러미에 비닐봉지를 걸고 헤엄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는 미역, 감태, 모자반 등 해조류를 지느러미에 걸고 노는 습성에 따른 것으로, 돌고래들이 비닐봉지를 놀잇감으로 착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센터가 공중에서 수면을 내려다보며 촬영한 영상을 보면 물 위에도 플라스틱류의 폐기물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도 나온다.

인간에 대한 친화력이 뛰어나고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해역에만 발견되는 국제보호종으로, 제주연안에 11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 약 3천 마리, 일본 규슈에 300여 마리 등 전 세계적으로 열대·아열대 해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지만, 제주해역에서 발견된 개체 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조사에 참여한 김현우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돌고래가 원래 바다 환경에 없던 비닐봉지를 해조류와 유사한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10년 동안 남방큰돌고래 서식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이번처럼 폐기물을 몸에 걸고 노는 것을 확인하기는 처음이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종종 그물에 걸려 죽는 돌고래를 해부해보면 위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는 일도 많다"면서 "해양동물 보존을 위해 해양 폐기물 경감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2년 제주 김녕리 해안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돌고래는 바닷물에 떠다니던 비닐을 삼킨 것이 사인으로 드러나는 등 플라스틱류의 해양 폐기물은 해양동물과 조류 등의 생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직경이 작은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마이크로 플라스틱)은 하수 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곧바로 강과 바다 등으로 유입돼 어류, 조개류, 동물성 플랑크톤 등을 거쳐 식탁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는 초목(草木)을 포함해 약 17만6천t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국 해안가에 쌓인 쓰레기는 약 1만2천t으로 추정되나 지역별 쓰레기양과 오염 정도는 파악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