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가까이 이어진 질긴 생명력…기상청 "이례적 '남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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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한반도를 향해 이동 중인 제5호 태풍 '노루'(NORU)는 발생 단계부터 최근까지 통상의 태풍이 보이는 예상 궤적을 벗어난 '일탈행위'를 거듭하고 있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노루는 지난달 19일 오후 9시께 열대저압부로 발생해 21일 태풍으로 발전했다.
 
9∼10호 태풍 네삿(NESAT)과 하이탕(HAITANG)이 모두 소멸했는데도 노루는 이날까지 보름 가까이 힘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태풍의 수명이 일주일가량인 것과 비교할 때 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태풍은 모두 닷새 안에 사라졌다.

그간의 진로도 범상치 않다.

노루는 발생 직후인 지난달 말께 인근을 타원형 모양으로 한 바퀴 돌고는 난데없이 남서진을 시작했다. 태풍이 대체로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은 동진하다가 북서진으로 방향을 바꾼 뒤 다시 전향해서 북동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노루의 초기 경로는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아울러 "태풍은 대체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면서 "그런데 노루는 주변에서 이끌어주는 기류인 '지향류(指向流)'가 없다 보니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서쪽에서 갑자기 생겨난 고기압을 따라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남서진을 이끌던 고기압의 힘이 약해지자 그제야 북서쪽으로 머리를 틀어 '정상 경로'를 탔다.

노루는 2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820㎞ 부근 해상을 지나며 시간당 9㎞의 속도로 우리나라를 향해 올라오는 중이다. 중심기압 945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45m로 규모는 소형이지만 매우 강한 태풍이다.

앞으로 진로 또한 불명확하다.

현재로써는 주말께 제주와 동남부 지방에 300∼400㎜의 많은 비를 뿌리고 대한해협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기상청과 국가태풍센터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일 기상청이 국가태풍센터, 국가기상위성센터를 비롯해 제주·광주·부산·강원 등 지방기상청과 함께 화상회의를 벌여가며 내놓은 예상 시나리오는 총 3가지다.

노루는 오는 7일 이후 대한해협 혹은 경남 해안을 거쳐 동해 상으로 빠지는 두 가지 시나리오 외에 제주도를 지나 전남 해안 상륙 후 내륙을 통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주 남쪽 해상의 수온이 올해 유독 높게 형성된 탓에 노루가 이곳에서 수증기를 흡수해 강도를 더 키울 수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노루는 발생 단계부터 지금까지 모든 과정이 이례적"이라며 "고수온 해상에 오래 머물며 덩치를 키운 데다 이끌어주는 바람이 없다 보니 방황하는 청소년처럼 일탈행위를 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