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
한·중관계의 미래는 현재의 한·중 젊은이가 상대국 및 상대국의 국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많이 좌우될 것이다. 한국인 학생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중국인 학생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필자는 일본의 대학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일본인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의 상호 인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봐온 터라 그 의문이 더했다. 필자 담당 과목은 중국 관련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인 학생뿐 아니라 중국인 유학생도 많이 수강한다. 그래서 한국인 학생에게는 '나에게 중국이란', 중국인 유학생에게는 '나에게 한국이란'을 주제로 글을 써서 과제로 제출하도록 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유학 온 이유는 다양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좋아하여, 즉 한류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중국인 학생의 상당수가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것이 유학으로 이어진 것과 비슷하다.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이 이웃국가이고 같은 문화권에 위치하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면이 많지만 다른 이문화도 체험하고 있다. 유학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은 맵고 짠 한국음식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생을 한다. 중국은 선후배 관계가 그렇게 엄격하지 않다. 나이가 한두 살 많고 친한 경우는 그냥 친구라 호칭하고 '선배'라는 호칭은 존경의 뜻이 포함된 것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를 반영해 중국어는 존칭어가 발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인 유학생은 학과나 서클의 선배에게 존칭어를 사용하지 않아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의 대학은 과모임이나 서클 모임에서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고 선배가 따라주는 술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관습이 있다.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문화에 어려움을 많이 토로했다.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의 성형수술과 패션의 높은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닌 외모지상주의로 흘러가는 세태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그리고 중국을 잘 모르는 한국인으로부터 중국을 경멸하거나 깔보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매우 속상하다고 한다. 중국의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를 별로 하지 않는데 한국의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 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거나, 중국에선 하지 않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귀찮지만 환경을 중요시하는 정신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대학가에선 볼 수 없는 자유분방함을 홍대 근처와 야구장에서 경험했다거나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잡은 아름다운 추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신기하면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인 사건은 '촛불시위'였다. 한 유학생은 "촛불 시위를 보면서 한국 사람들의 피가 뜨거운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한국에 유학하면서 이런 역사적인 사건을 경험할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고, 또 다른 유학생은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행진하는 모습에 한국인의 용감함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국인 학생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중국 여행이나 유학을 한 적이 없는 학생은 '사드문제', '미세먼지'문제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과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중국에 대한 기존의 편견이 중국 기업인 샤오미, 전기자동차인 BYD, G2 등으로 많이 개선되었고 수업 때 만나는 중국인 유학생이 자신들과 다르지 않고 친절하다는 것을 접하고 중국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여행을 다녀왔거나 중국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은 중국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음식, 자신감 넘치는 중국인을 접하고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고 말한 반면 여전히 중국을 깔보는 주위 친구들의 인식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중국과 중국인이 아시아의 중심 국가 그리고 G2의 국가로서 그에 합당한 태도와 행동을 보여주기를 희망했다. 사드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의 학생 모두 현재의 상황을 매우 우려하면서 빨리 타결되어 양국의 인적 물적 교류가 정상화되기를 희망했다.

마지막으로 한 중국인 유학생의 훈훈한 미담을 전하고자 한다. 그는 인천에서 미술관을 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가던 중 한 할머니가 종이를 가득 실은 짐수레를 힘들게 끌고 올라가는 것을 보고, 할머니 몰래 뒤에서 밀어주었다고 한다. 평소보다 수월하게 올라간 할머니는 뒤를 돌아보고 유학생에게 환한 웃음으로 고맙다고 하고, 자신이 힘들 때마다 먹는다는 사탕 하나를 주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주신 그 사탕이 유학생이 지금까지 먹어봤던 그 어느 사탕보다 따뜻하고 달았다는, 그의 글에 가슴이 뭉클했다. 양 국민 사이에 이런 사랑의 마음이 확산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진다면 양국 관계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