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백석예술대 교수
재즈밴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밴드리더가 하소연을 했다. 8월과 10월 두 개의 국가에서 진행되는 해외 재즈페스티벌에 초청받았는데 정부지원사업을 받아야 갈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대부분의 해외 페스티벌에서는 초청할 때 예술가 항공료는 각자 부담이 많아서 지원금을 받아야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8월 페스티벌을 위해서는 적어도 6월에는 신청을 하고 지원을 받아야하는데, 2월과 4월에 계속 지원했는데 떨어졌다고 한다. 날짜는 다가오고 점점 초조한 상황에서 좋은 기회를 그냥 포기해야 하는지 난감해 했다.
외국에서 학위를 따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에 있는 예술가로, 스스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신청했던 신청서도 살펴보고 정부지원사업에 대해 자세히 읽어보았다.

떨어진 이유를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 그간 사업지원에 선정된 단체들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봤지만 선정결과는 공지하지 않았고, 심사결과에 대한 심사위원의 심사평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신청한 예술가는 지원에 떨어진 이유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정확히 듣지 못했고, 지원사업 담당자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지원사업을 위해 지원서를 쓰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는게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지원서를 잘 써야 하는데, 방법도 모르겠고, 심사할 때도 왜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정부지원금을 받기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신청서 작성과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부담일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예산서를 작성하고 설명하기 위해 ppt 작업을 하고 발표를 해야 하는데 주변의 도움없이 혼자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무엇보다 클 것이다.

사실 지원사업 대상을 선정할 때 예술가들이 작성하여 제출한 신청서를 보고 대부분 판단하게 된다. 영상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단 시간에 많은 서류를 소화해 내야하기 때문에 공연영상까지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한 이유로 사업 선정 심사에서 각 예술분야의 전문가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하게 된다.
지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예술가들은 우리나라의 예술지원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68.5%)고 답변했다.

예술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수준도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79.6%,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72.4%로 나타났다. 그리고 예술정책에서 예술가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예술가도 66.9%였다. 예술가들은 경제적 지원과 예술인 지원을 위한 법과 제도 정비 등을 확대하길 바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이전 조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조사는 하지만 실제 정책에 조사결과가 반영되기까지는 여러 시행착오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예술가들의 창작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지원사업들은 화려한 사업명을 내세워 그럴듯한 명분아래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아직도, 지원사업은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처럼 느끼고 있으며 힘이 없고 정보도 부족한 예술가들한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을 발굴 육성하고 이들을 위한 창작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원사업의 접근을 좀 더 쉽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지원사업에 대한 내용을 홈페이지 안에 꽁꽁 숨겨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기관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너무나 많은 배너와 잘게 쪼개어 놓은 사업들로 어디부터 들어가서 어떻게 봐야할 지 난감하다. 특히 정부기관 종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그들만의 언어로 사업을 만들고, 소개를 하고 있어 이해하기가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이지만 지역 문화재단을 통해 진행되는 사업인 경우, 사업정보제공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사업명이 각기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접근성을 떨어지게 하고 정보가 있는 사람들만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 되고 만다. 또 각기 다른 기관에서 비슷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역 문화재단 등등 비슷한 사업들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기관의 사업을 신청해야 유리한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도 하다.

정부에서 예술지원사업의 문제점 중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은 사업을 설계할 때 지역의 특성과 예술가들의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사업진행에 혼선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환경은 정부의 기발한 사업 하나로 단숨에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들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배려는 창작활동의 희망이 될 것이며, 그 희망은 우리가 갈망하는 예술작품의 질적 향상의 토대가 될 것이다.

예술지원사업으로 지역의 희망이 되는 예술가들이 발굴되고, 그들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