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제로화' 추진 … 지역 반응 '싸늘'
"고용비율 의무화·비용지원 뒷받침 돼야"
인천 남동구 A 제조업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김모(54)씨의 회식 자리는 매번 식당 구석이다. 김씨는 A사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B 파견업체 소속이다. 공장 지붕 아래 B사 말고도 파견업체 여러 곳이 공존하는 구조다. 김씨 파견업체는 그중에서도 영세해 업무 때와 마찬가지로 회식에서도 대접이 소홀한 것이다.

김씨는 "여긴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에게 퇴직금 주기 아까워 11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맺는다"며 "최저임금 오른 만큼 특근 수당 줄이면서 월급 총액 맞추는 게 중소기업계 속사정인데 정권 교체됐다고 비정규직 푸대접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인천 중소기업계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를 교훈삼아 민간 영역에서도 자발적으로 나설 거란 생각은 중소기업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인천에선 순진한 접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15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인천지역 비정규직은 41만4000명을 기록, 임금 근로자 125만5000명 가운데 32.9%를 차지했다.

인천은 16개 시·도에서 경기도(157만7000명), 서울(129만4000명), 부산(41만7000명) 다음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도시다. 전문가들은 인천 사업체 중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 주로 가져가는 몫이라고 말한다.

현 정부가 목표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성공한다고 해도 수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2015년 자료를 보면 인천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1만6000여명 수준이다. 전체 비정규직 중 4%도 미치지 못한다. 비정규직 수는 2014년 8월 35만6000명에서 2년 만에 6만명 가까이 늘었다.

결국,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민간 기업 등에서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는 게 남은 과제로 지목된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활용으로 그동안 이득을 취한 경제계에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기업들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힘들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고용 상한 비율을 법적 의무로 정하는 강제적 방법이 아니면 일반 업체들에서 정규직 확대를 위해 지갑 여는 일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평구 한 제조업체 대표는 "비정규직, 근로시간 축소하면서 최저임금 올리면 맷집 약한 중소기업은 다 죽으란 소리"라며 "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 비용 지원부터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