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신한물산(주)대표이사·인하대 초빙교수
칼 마르크스는 "인간의 모든 문제는 경제로부터 비롯된다"고 역설했다. 개인을 포함해 국가의 근간은 탄탄한 경제를 전제로 한다. 현상적 경제상황과 미시 또는 거시적 경제를 설계하기 위해 토양의 정비를 전제한다. 예컨대 성장을 위해서는 통화의 공급 등 성장요소를 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경제는 일정 수준을 초월할 수 없는 한계성을 갖고 있다. 지리적 여건에 따른 물류상 가름막이 존재하고, 여기에 물적 자원의 빈약과 더불어 해를 거듭할수록 실질노동력이 감소하는 추세다. 물적 자원 부족은 기초원자재를 수입해 제조 또는 가공한 물품을 수출하는 가공산업으로 경제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노동력 감소는 노동비용의 증가를 초래해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와 같은 우리경제의 취약성을 효율적으로 극복 가능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데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경협은 우리 경제에 자양분 공급이 가능한 대안으로 작동이 가능하다. 그 첫 발로 개성공단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 원격지에 위탁가공 또는 현지 생산비용에 대비한다면 근거리 생산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물류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우리민족 특유의 손기술은 노동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으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발전적으로 남북경협이 진행된다면 상대적으로 풍부한 보유자원의 공동개발 등을 통해 우리경제에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남북경협의 상징적 사업이기도 한 개성공단의 잇점은 평가할만 하다. 반면에 개성공단의 갑작스런 폐쇄는 입주기업의 대응력 상실을 초래함은 물론이고, 위에서 언급한 우리경제의 미시적 또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긍정성을 차단했다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과정에서 정부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 부지를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할 것임을 발표한 것으로 기억한다. 부지에 새로운 공단을 조성한다 하더라도 건설비용을 포함해 각종 생산설비를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추가 부담해야 하며, 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노동력 공급문제가 심각하다. 노동력은 노동비용으로 연결된다.

공단을 운영함에 따른 상호간의 이익이 발생함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이 상당한 이익을 누린 다 전제하고도 우리 측에 획득되는 이익이 이를 상회하는 막대한 수준이라면 이를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군사선을 개성 이북으로 변경하는 등의 군사 전략적 의미를 제외하더라도 개성공단의 효율적 운영과 지속적인 확대, 그리고 협력분야를 하나 하나 늘려가는 경우 민족통일의 영역까지 기대 가능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신년 벽두부터 우려스러웠던 개성공단 폐쇄조치, 주요 원자재 및 시설재 모두를 반입하지 못한 상태로 모든 불이익을 감수 중인 입주기업체에 대한 사후관리 진행이 공허한 상태에서 입주기업의 시름은 해를 넘겨 새해에도 가중될 현실에 좌절과 허탈함을 금할 길 없다.
개성공단은 속히 재가동돼야 한다. 공단 근로자의 인건비와 동일한 수준으로 대체공단 등 국내의 어디에서도 노동력 공급이 불가능하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동력 공급의 한계가 있으며, 생산된 물품의 국내반입의 용이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남북 경협사업의 지속적인 확대 및 다변화를 추진한다면, 궁극적으로 남북의 화해를 통해 다양한 방면의 교류가 확대되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품은 물론 국내에서 생산된 물품이 육상운송 수단을 이용해 제3국으로 수출되는 날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입구에 개성공단이 있기에 고립무원의 섬나라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에 있어 섬나라 일본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 모든 물류가 해상운송에 의해 이뤄지는데, 항해 일수의 장기간 소요 및 이에 따른 적하보험료의 부담 증가 및 물류에 따른 비용의 증가를 수반한다. 반면에 육상운송은 상대적으로 운송기간의 단축이 가능함에 따라 비용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무역은 한국경제의 근간을 이룬다. 자원의 빈약, 물류비용의 증가 등에서 우리경제는 일본경제와 닮은 꼴이다.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답습할 수 없다.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 현실화 필요성이 절실하다. 상당한 기간 동안 압박일변도의 대북정책 결과가 현재의 남북관계를 낳았다면, 얼어붙은 빙산을 단계적으로 해빙모드로 전환함으로써 대북 접근성을 확보하여 남북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새 길로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그 단계 중 하나로 개성공단을 재가동함으로써 생산활동 재개를 넘어선 대한민국 경제 활로 수단으로 작동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입주기업만의 공단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공단이며 대안이라는 국민적 함의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