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연말이라 한 해의 업무를 되돌아보면서 정리하고, 새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느라 바쁜 터에 쉴 새없이 터져나오는 나라소식은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만드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1988년 언론사의 설립규정이 대폭 완화되면서 국내 신문, 방송 등의 언론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
덜 강압적(?)인 보도기준은 여기저기 마련돼 있지만 과거 1970년대나 80년대에 비해 보도내용에 대한 기관의 통제도 크게 느슨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20여년이 흘러오면서 지금은 가히 언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어디를 가나 신문이요, TV를 켜면 하루 종일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고, 인터넷에 들어가봐도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매체들이 판을 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언론사들 간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보도양태나 내용을 보면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
하루에도 수 백 건씩 쏟아지는 정보 속에 국민들은 어느 것이 사실인 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물론 건강한 언론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침은 오히려 부족함만 못하다. 이는 고래로부터의 진리다. 요즘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가끔은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 '굳이 저런 내용까지 시시콜콜 알려야 하나' '외국인들이나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우리교포들이 보거나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등 등. 친구들 또는 직장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러한 생각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친구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바쁜 외신기자는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기자들이 아닐까?"라곤 한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국민들의 알 권리도 좋고, 진실보도도 좋고, 선의의 경쟁도 좋지만 일정한 기준이나 자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처럼 외부의 통제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언론사들 간이라도 이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언론 본연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이익이나 대외적 이미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지 않은가. 많은 국민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김동기 회사원·인천시 남구 주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