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인하대 명예교수
한국병에 대한 진단은 문제를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와 우선 순위가 있겠지만 공통적 핵심은 3류 국회와 4류 정치인이다. 국회가 제 구실 못하고 혈세만 탕진하다보니 각 분야별로 사법정치인, 시민단체정치인, 종교정치인, 언론정치인, 교육정치인, 노조정치인, 교사정치인, 학부모정치인 심지어 경찰정치인, 비서관정치인, 연예인정치인, 학생정치인까지 등장해 진영논리, 이념논리, 정치논리로 좌충우돌한다. 그러니 국민들은 주말 연휴도 즐기지 못하고 심신이 지쳐서 비행기라도 타고 싶은 심정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우선, 새누리당은 1997년 영국 보수당의 혁신에서 답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1997년 6월 총선에서 노동당에 참패한 영국 보수당이 전당대회에서 3차 투표의 접전 끝에 36세의 윌리엄 헤이그(William Hague)를 새로운 리더로 선출한다.그는 열다섯 살에 '젊은 보수당원들'에 가입, 열여섯 살의 나이로 보수당 전당대회 단상에 서서 "영국을 부흥시켜야 합니다"라고 열변을 토한 장본인이다.

당시 어린 청소년의 강력한 발언이 끝나자 대의원 4000여명이 박수를 치면서 일어났고, 총리이던 대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수를 쳤다고 한다. 위대한 기성 정치인의 품격과 모습이 읽혀지는 장면이다.

이 소년은 열세 살 때부터 대처 수상의 사진을 침실에 걸어두고 흠모하면서 지도자로서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21세 때 옥스퍼드대학 총학생회장을 거쳐 수석 졸업을 한다. 우리나라 학생회장들과는 전혀 질이 다른 지도자적 자질을 갖춘 젊은이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보수당 학생클럽 회장 역임에 이어 27세 때 리치먼드지역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사회보장 장관(32세), 웨일즈 장관(34세)이 됐다. 특히 22세 때부터 5년 동안 세계적인 경영컨설팅회사인 메킨지에서 일을 하며 자질을 키웠다. 그의 이런 과정을 눈여겨 본 언론은 일찍부터 그를 '정치 신동' '보수당의 미래'라고 일컬었고, 젊은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확고하게 뒷받침한 대처의 지지에 힘입어 보수당의 리더로 부상한다.

16세 때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영국의 부흥'을 외쳤던 젊은이가 그로부터 정확히 20년 후 보수당의 리더로 등장하는 자랑스런 역사, 그 주인공이 윌리엄 헤이그다. 그는 당수 취임 후 "당의 기본 원칙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후 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헤이그보다 여덟살 많은 토니 블레어가 선거 운동과정에서 과거의 지도자들이 '무변화' '무비전' '리더십 부재'였음을 통렬히 비판하고 "영국사회에 희망을 주는 변화와 비전, 지도력으로 바꾸자"고 호소해 집권에 성공한다. 토니 블레어의 선풍적 인기에 밀려 계속 고전하자 당내 일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애숭이' '숙맥'이라는 비아냥이 파열음으로 표출됐다. 그렇지만 지지자들은 그가 가진 '명석한 판단력, 출중한 친화력, 강한 설득력'을 믿고 난파 위기에 몰린 당을 잘 이끌고 있다고 적극 옹호했다.

1999년 10월 당 대회에서 21세기에 영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상식 혁명'이라며 "나를 따라달라"고 설득한다. 이 영국 보수당의 상식 혁명이 새누리에서 필요한 혁신이다. 새누리는 세 가지 면에서 완전 파괴되고 혁신돼야 한다. 첫째 젊은 기수로 교체, 당의 면모를 혁신하고 4선 이상의 노후한 세대들은 뒷전으로 물러나라. 둘째 한국정치는 이제 영남과 호남에서 완전히 떠나야 한다. 그게 정치 발전이고 시대적 국가적 명제다. 그네들 때문에 언제까지나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악성스트레스에 한국인들이 시달려야 하는가.
이젠 신물이 나고 참는데도 한계점에 달해 있다. 셋째 참신한 젊은 피들이 당권을 잡도록 지원해야 한다. 탈당·출당·당권 사수니 분당열차니 떠들 때가 아니다. '친박' '비박'에 매달리는 당신들이 자중하고 근신해야 할 때다. 당이 젊어져야 하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끝으로 여·야당 정치인들 중에서 3김 등 2010년 이전의 지도자에게서 직접적으로 정치적 유산과 영향을 받은 세대들은 정계에서 물러나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그분들의 리더십은 전혀 참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다음 자료들이 참고가 될 것이다. 왜 경향신문사 발행의 뉴스메이커(2001)에서 3김의 리더십을 '거미형 리더십'으로 요약했는지 성찰할 때다. IMF를 초래한 YS는 말할 필요도 없고, DJ정권의 평가에 대해서도 한겨레21(2000)과 주간한국(2001), 뉴스메이커(445호), 특히 해당분야 69명의 전문가를 통한 DJ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대한 정책평가(한겨레21, 2001), 시사저널(2003) 등을 참고하면 답이 보일 것이다. 언제까지 묘소참배 정치를 할 것인가. 주은래의 화장장, 카스트로의 화장장,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채명신 장군의 사병묘역 안장 정신에서 왜 시사를 받지 못하나. 왜 대통령 장례식에 혈세 21억 원을 써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