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전국을 뜨겁게 달궈서일까? 날씨가 겨울답지 않다. 마치 봄이 오는 길목의 푸근함같은 분위기다. 이맘때 늘 하는 말이지만 엊그제 새해를 맞은 것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보내는 문턱에 서 있다.

즐겁게 1년을 마무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신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을 미뤄보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판은 이제 신물이 날 정도를 넘어 쳐다보기조차 싫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가장 변하지 않는 곳, 국민들에게 넘칠 만큼의 실망을 준 곳, 지금도 여전히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곳, 이 것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각인된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최순실 사건은 그러한 상황의 방점이다. 나라가 이렇다보니 경제가 온전할 리 없다. 내년도 각종 경제전망 지표는 암울함 일색이고,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지 모르는 우려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고착화되기 시작한 사회계층의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그 간극이 멀찍이 벌어지고 있다. 법망을 교묘히 악용해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일부 사람들의 부는 쌓여만 가고, 원칙을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은 더욱 척박해져만 간다.

소득은 쥐꼬리 만큼 오르는데 살아가야 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해 온 가족이 자살하는 사건은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단골손님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

연말은 으레 들뜨기 마련이다. 그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변을 생각하자. 우리가 흥청망청 즐기는 가운데 한 쪽에서는 많은 이웃들이 연탄 한 장이 없어 차가운 구석방에서 떠는가 하면 하루 수천 원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길거리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자. 작지만 따뜻한 관심과 '함께 한다'는 공동체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조윤환 회사원·인천시 부평구 부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