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삼산고등학교장
▲ 선갑도항공사진과 주상절리.
지난 10월 중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무인섬(면적 3.93㎢, 해안선 길이 16.16㎞)인 선갑도에다녀왔다. 선갑도가 덕적도에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속하게 된 것은 1970년까지 승봉도 주민 35명의 공동 소유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승봉도 주민 한 사람이 소유하다가 1992년 정부가 핵폐기물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과학기술부 관련인사가 매입했으나, 추진이 어렵게 되자 1996년 한국해양연구원에 매각했고 2007년 ㈜S공영에서 매입, 현재 개인 소유의 무인도가 된 것이다.

선갑도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인천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덕적도에 도착한 뒤 어선을 섭외해야 한다. 또 선갑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서쪽 해안의 간이선착장에 도착해 선갑도에 들어선 순간, 화산의 분화구처럼 보이는 커다란 만과 만을 가로지르는 방조제가 조성돼 있음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랄 것이다. 만 주변의 도로가에 노출된 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산재와 화산력이 퇴적돼 형성된 응회암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중생대 백악기에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갑도 응회암에는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기는 검은색 화산 유리인 흑요석이 간혹 발견되고 4각형이나 5각형 단면을 가진 기둥모양의 주상절리가 발달돼 있다.
선갑도에는 옹진군의 최고봉인 선갑산(352m)이 있고 둥그런 만을 중심으로 외륜산이 발달돼 있다. 선착장에서 선갑산까지는 3시간 정도면 올라갈 수 있지만, 무인섬으로 등산로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많은 주의를 요한다.

배를 타고 선갑도를 일주하다 보면 만 반대쪽 해안의 모래사장 2개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 해식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해식 절벽에는 크고 작은 주상절리들이 잘 발달돼 있어 장관을 이루며 절리와 단층을 따라 발달된 해식동굴도 발견된다.

선갑도의 발달된 주상절리는 제주도 지삿개 해안, 철원과 연천의 한탄강 주변 절리, 경주 양남 해안가 현무암에 발달된 주상절리와 달리, 응회암에 발달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응회암에 발달된 주상절리는 국가지정 지질공원 제6호로 지정된 무등산의 서석대, 입석대 등이다. 선갑(仙甲)이란 섬 이름은 신선 선(仙)자와 갑옷 갑(甲)자로, 섬 모양이 선녀가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해 유래됐다고 한다. 여기서 갑옷은 주상절리의 모양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갑도 만 입구가 있는 서쪽 방향의 지도, 울도, 백아도, 가도, 각흘도, 굴업도와 선단여를 비롯한 무인섬들의 구성 암석들 살펴보면 한결같이 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된 화산재나 화산력과 화산암괴로 이뤄진 응회암과 집괴암이 주류를 이룬다.

선갑도 만의 형태, 주변 산들의 분포와 선갑도 주변 섬들의 구성 암석 등으로 미뤄보아 선갑도의 만이 중생대의 화산의 분화구가 아니가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
그러나 이를 단언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적인 연구가 체계적으로 돼야 할 것이다.

선갑도와 주변 덕적군도의 생성에 관련된 '망구할매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옛날에 망구할매가 섬안에 선갑산을 쌓아올리다가, '백번째 골짜기'에서 한 골짜기 부족한 아흔아홉 골에서 산이 무너져 화가 난 망구할매가 주먹으로 섬을 내리쳐 산을 부셨단다. 그때, 사방으로 퍼져나간 '선갑도'의 조각들이 지도, 울도, 백아도, 장구도, 못도, 가도, 각흘도, 굴업도, 선단여 등이라고 한다. 망구할매가 주먹으로 내리친 자국이 서쪽의 선갑도 만이라는 것이다."

현재 선갑도는 소유주인 ㈜S공영이 만 주변을 따라 섬 안쪽 경사면 37만6000㎡일원의 골재생산(1276만9000㎥) 인허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으나 환경파괴 논란으로 주민들과 마찰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주상절리를 비롯한 소중한 선갑도의 자연유산을 보존하면서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섬을 소유하고 있는 ㈜S공영이 채석보다는 더 나은 경제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인천시, 옹진군, ㈜S공영, 시민단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묘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