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성큼 다가왔다. 지역별 차이가 조금 있지만 11월 중순께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농경문화 속에서 곡물을 주식으로 해 살아왔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해 채소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채소가 나지 않는 추운 겨울철을 나기 위해서 야채의 보관법을 개발해야만 했다. 결국 우리민족은 김치라는 최고의 걸작품을 탄생시켰다.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김치를 사 먹는 가정이 늘면서 김장철 채소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 1905가구원의 김치 소비행태를 조사한 '2015년도 김치산업동향'에 따르면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구는 응답자의 44.5%에 불과했다.

2가구 중 1가구는 김장을 담그지 않았다. 음식 문화가 한식 위주에서 양식, 일식 등으로 바뀌고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김치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 김장을 하지 않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민족 고유의 전통인 김장김치 담그기 문화가 식어가고 있다.

어릴 때 동네 아주머니들이 정을 나누어 담던 김장의 떠들썩함이 지나가면 겨우내 살얼음이 낀 시원한 동치미가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간식이었다. '설'이 지나 배추김치가 맛이 없어질 때면 눈물나게 새콤하고 약처럼 쓰디쓴 김치 고들빼기가 우리의 밥상을 차지했다. 겨우내 구하기 힘든 채소를 김치의 형태로 만들어 이듬해 봄까지 두고두고 먹었으며, 철이 지난 묵은 김치는 김치찌개로 먹었던 것이 우리네 김장이었다.

김장김치를 직접 담그는 것은 작은 경제적 이익과 편리함에 매몰되지 않고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며, 가족과 정을 나누는 계기다. 올해는 갓 수확한 싱싱한 배추를 절여 노란 속잎에 가진 양념을 한 빨간 고갱이를 정성스럽게 가족과 나누었으면 한다. 단순한 김장김치가 아니라 나의 사랑과 가족애를 함께 버무린 것이다.

/박희철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