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의 일이다.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치러지는 2002한일월드컵의 홍보를 위해 터키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일주일간 인천시립무용단과 함께 주요 도시를 돌며 인천을 홍보했다. 무용단 공연은 가는 곳 마다 큰 인기를 끌었다. 이스탄불의 어느 대학 강당에서 공연할 때 옆에 앉은 터키 관객이 필자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 춤이 뭘 표현하는 거냐, 무척 흥겨워 보이고 몸짓이 재밌다." 그의 흥미를 끈 춤은 '나나니춤'이었다. 그 춤은 터키 현지 매 공연마다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말미에는 관객들을 불러내 어울려 추도록 연출했다. 많은 터키 관객들이 10여분 넘게 무용단원들과 함께 흥겹게 나나니춤을 추었다.

이 춤은 인천의 섬 지역 부녀자들의 놀이노래로 전승된 '나나니타령'에 맞춰 추던 춤사위다. 지금도 잔칫집이나 놀이모임 같은 곳에 함께 부르며 춤을 춘다고 한다. 나나니춤을 발굴해 정형화시킨 이는 이선주 전 인천예총 지회장이다. 그는 1958년 가족들과 함께 영종도에 놀러 갔다가 나나니 타령과 춤을 우연히 접했다.

그 후 녹음기를 지니고 영종도를 제집 드나들 듯 다녔다. 원형에 가깝게 재현되었지만 '천박한 춤'이라는 질타를 받아 한동안 공식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84년 일본의 국제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후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성화봉송 축제 공연을 통해 한국 무용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인천까지 내려와 나나니춤을 배우기도 했다. 찬바람이 불면서 이제 '축제' 시즌도 얼추 마감하는 분위기다. 올해는 '애인(愛仁)페스티벌'이란 타이틀로 다양한 축제와 공연들이 펼쳐졌다. 그 어느 무대에서도 나나니 춤사위를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인구 300만 시대를 축하하기 위한 '시민대화합 한마당' 행사장에서 모든 참석자들이 이 춤을 다함께 췄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나니춤은 인천의 원형질이 남아 있는 고유 해양문화 유산이다. '해양문명도시'를 추구하는 인천은 이제 섬과 바다에 내재돼 있는 문화유산을 발굴하는 데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화 없이는 문명도 없다. 나나니춤은 조금도 천박하지 않다. 해학적이며 아름답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