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에는 산(山)이 많다. 인천의 산은 후세에 자랑할만한 역사와 놀라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마니산, 계양산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인천의 가장 대표적인 명산이다. 계양산, 문학산, 소래산, 고려산에는 수없이 많은 등산객이 모여들고 있다.

인천 중구에 있는 월미산은 작지만 아주 매력있는 산이다. 월미산은 해발고도 108m의 작은 산이다. 전망대는 인천대교와 항만시설, 무의도, 영종도가 어우러진 서해의 낙조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볼 수 있는 장소다.
월미산에 오르면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내항, 연안부두, 인천대교, 영종도, 영종대교, 청라신도시로 둘러싸인 해양도시 인천의 워터프런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음에도 월미산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첫 번째 원인은 홍보부족이다. 인천상륙작전이 이루어진 장소라는 점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 경험하는 가로경관이 너무 열악하다. 보도가 좁고 재미가 없다. 길을 찾기 어렵다. 은하레일의 기둥까지 보도를 막고 있다. 월미도 전체를 보행자 중심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월미산과 월미도는 인천내항 재생사업이 완성되고 보안시설의 이전이 가시화 된다면 싱가폴의 해양공원(Gardens by the Bay)처럼 수없이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인천의 명품공간, 해양친수, 역사공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청량산(172m)은 해양도시 인천의 변화하는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산이다. 청량산은 인천공항과 인천대교를 통해 입국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인천항만과 송도국제도시, 계양산, 문학산으로 이어지는 해양도시 인천의 독특한 풍광을 처음 접하는 공간이다. 인천대교에서 보여지는 청량산의 조망을 지키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청량산에서 보는 송도신도시와 서해의 모습은 정말로 장관이다. 인천상륙작전의 핵심 장소로 알려진 팔미도가 지척으로 보인다.

청명한 날에는 자월도, 영흥도, 무의도 등 168개에 달하는 인천의 서해도서의 위용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작지만 아담한 청량산 팔각정에서 보는 아름다운 서해낙조, 인천대교와 송도국제도시의 야경, 인천공항 이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의 모습은 자랑할만한 인천의 독특한 문화경관이다. 청량산 조망경관을 보존, 관리, 창출하기 위해 경관축(인천대교-청량산, 송도-청량산 등)을 지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 새로운 개발을 추진함에 있어 청량산과 주변지역의 도시경관 품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경관심의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학산(213m)은 최근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15일 정상이 개방된 이후 인천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품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학산은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장소이다. 문학산은 중구, 동구, 남구, 서구, 남동구, 연수구 등 10개 군구로 구성되어 있는 인구 300만의 거대도시 인천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부천, 시흥, 서울의 모습도 조망할 수 있다. 미래도시 인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 청라, 영종)의 풍광도 볼 수 있다. 문학산과 청량산의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고 등산로와 전망대, 안내시설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덕적도 비조봉(292m)은 해양도시 인천의 자랑이다. 비조봉은 인천과 수도권 시민들이 쉽게 이용 가능한 거리(쾌속선 1시간)에 있다. 당일코스로 덕적군도(인천 서남쪽 8.2㎞, 보석같은 유무인도 47개로 구성)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다. 비조봉의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비조봉 팔각정에서는 백 팩커들의 성지라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굴업도가 눈앞에 보인다. 문갑도, 선갑도, 울도, 백아도, 가덕도 등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도 형제처럼 사이좋게 보인다. 비조봉 등산로는 소나무 군락과 어우러진 서해바다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이다.

독특한 식생자원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 등산로 정비, 안내시설 정비, 조망공간 조성, 쓰레기 관리 등 환경개선도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배편을 증설하고 비싼 쾌속선 요금을 인하시킬 필요가 있다.

인천의 산은 300만 인천시민의 자랑이고 보물이다. 해양도시 인천의 산은 다양한 바다경관과 역사, 장소의 특성을 갖고 있다. 숨겨진 인천의 산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재창조하는 것은 우리시대의 책임이다.
월미산, 청량산, 문학산, 비조봉처럼 해양도시 인천의 명품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조망점을 보존, 관리, 형성하기 위한 새로운 각오와 실천이 필요하다. 단순한 높이규제가 아닌 구체적이고 창조적인 경관계획의 수립과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 성공 노하우 발굴을 위한 다양한 선도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