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가좌동 '가재 많은 냇가' 뜻 가재울역 뿐
대부분 옛지명 그대로 사용해 일본잔재 남아
市도시철 "시민 편리성 우선 … 바꾸기 어렵다"
▲ 한글날을 앞두고 인천 지하철 총 55개역 중 순우리말 역명을 확인한 결과, '가재울역' 단 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인천지하철 2호선 가재울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오는 9일 570돌인 한글날을 맞아 인천 지하철 총 55개역 중 순우리말 역명은 '가재울역' 단 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인천 지하철 1·2호선 중 순우리말 역명은 2호선 '가재울역'뿐이다.

이를 제외한 54개 역명 중 순우리말로 표기된 것은 단 1개도 없다. 대부분 역은 한자어로 된 고유지명을 그대로 쓰거나, 순우리말 합성어, 외래어다.

역명 중 유일하게 순우리말을 쓰는 '가재울'은 인천 가좌동의 옛 이름이다.

가재울은 '가재가 많은 냇가'라는 뜻으로 당초 서구 가좌동은 가재울로 불렸다. 고려시대 큰 가재 한마리가 이 곳에서 나왔다는 설(說)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가재리(佳載里:아름다움을 싣은 마을)'라 했지만 이후 가재가 변음 돼 '가좌(佳佐)'가 됐다.

순우리말에 한자어를 더해 이름이 붙여진 경우도 있다. '모래가 많이 쌓인 지형'이라는 뜻의 모래내와 시장이 합쳐진 모래내시장과 검바위, 석바위, 간석오거리 역 등이 포함된다.

가재울역을 제외하고 순우리말 역명이 적은 이유는 대부분 옛 지명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인천1·2호선 계양·귤현·임학·작전·부평·선학·마전·독정역 등은 고유 지명을 따와 역명으로 차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식 지명이 붙여진 역도 있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일본이 우리나라 행정구역명을 일본식 한자로 바꾼 탓이다.

귤현역의 귤현은 원래 '굴재'또는 '굴현'이었다. 하지만 1914년 일제강점기 때 행정구역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일본인 관리인이 '귤현'으로 표기해 지명이 바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작전역도 주변 우거진 숲에 까치가 많이 살아 '까치말' 또는 '작정'이라 불렀지만 같은 이유로 '작전'으로 바뀌었다.

이 외 센트럴파크역, 테크노파크역, 캠퍼스타운역, 아시아드경기장역 등은 외래어로 표기됐다.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알기 쉬운 것으로 정하다 보니 고유 지명을 쓰고 있다"며 "시민들이 알고 있는 역명을 순우리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제 와서 바꾸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답했다.


/김혜민 기자 kh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