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법관 비리와 관련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현직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억대 금품을 받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였던 정운호씨와 관련된 일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 혹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혀를 찰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청념의 상징인 대법원장이 나서 고개를 숙여야 했는지 국민 모두가 참담한 지경이다.

부정부패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이청연 교육감은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지난 4·13총선에서의 공직선거법 위반, 금품수수 등으로 새누리당 이학재(서갑)·민경욱(연수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연수갑)·유동수(계양갑) 국회의원과 측근 선거관련자 등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각 로펌에는 소위 '김영란법' 관련 강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공공기관, 기업, 언론 등이 법 설명회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가장 많은 공무원과 이해 당사자들이 교육의 현장에서 귀를 세우게 된 것 같다. 부정한 돈을 먹다가 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오는 28일부터 적용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라는 법률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탁과 금품수수의 금지를 법의 취지로 담고 있다. 현행 뇌물수수죄 적용 범위를 한층 세세하게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뇌물은 직무와 관련된다. 부당한 대가가 따르게 된다. '김영란법'은 거센 세파를 이겨내며 살고 있는 민초들과는 거리가 먼 법 제도일 수 있다.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에 쏠리는 부의 집중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동반 성장을 저해하는 양극화의 그늘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 돈과 권력의 관계를 유지해온 청탁과 뒷돈 거래는 빈익빈부익부의 골을 깊게 해왔다. 가진 자, 배운 자가 더욱 부정의 수단을 활용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의 청탁은 순수한 '민원'에 불과했다.

인천시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연말까지 '공직기강 100일 집중감찰'을 실시한다고 한다. "첨렴성에 대한 신뢰는 깨지기 쉬운 얇은 유리와도 같다"는 양 대법원장의 자조 섞인 경종을 가슴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