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경 인천대 기초교육원 교수
박진경 인천대 기초교육원 교수

외국인 200만 시대란다. 지난 6월말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00만1828명으로, 2007년 100만 명을 넘긴 지 딱 8년6개월 만에 2 배 증가했고, 5년 후엔 300만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0만 명이라도 전체인구대비 3.9%에 해당되는 수로 10%가 넘는 유럽이나 이민 국가들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비율처럼 보일 수 있으나 문제는 증가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이처럼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이주민 전체 비율이 2015년 3.3%로, 2000년 2.8%에 비해 17% 증가한 반면 우리는 같은 기간에 1%에서 3.9%로, 390% 증가한 것이다. 유례없는 가파른 증가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왜일까.

무엇보다 100만명을 넘어섰을 때도 그랬지만 200만, 300만 시대에 우리는 참 다른 이방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돼 있을까. 여성가족부의 '2015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31.8%로 나타났다. 이는 스웨덴(3.5%), 호주(10.6%), 미국(13.7%)에 비해 비수용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59개국을 조사한 세계가치관조사(2015)에서도 한국은 51위로 저조했다.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적 인식에는 우리사회가 이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기에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매체가 체류외국인 증가를 다루면서, 외국인 범죄 건수를 연이어 보여주는데 이때 범죄건수만을 강조해 보도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2만623건, 2012년 2만2914건, 2014년 2만8456건으로 매년 수천 건씩 늘었다." 딱 여기까지만. 그러나 정확히 체류 인구대비 범죄율로 보면 2008년 1.78%, 2012년 1.69%, 2014년 1.58%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내국인 범죄율 3.7%와 비교해도 훨씬 적고, 강력범죄 역시 내국인보다 적다. 그러나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는 매체나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있어도 이미 범죄에 대한 공포와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 형성돼 버린 뒤에는 눈에 띄지 않게 된다. 이처럼 200만명이나 증가한 그들을 제대로 겪어보기도 전에 외국인범죄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전 사회가 외국인은 모두 예비 범죄자라고 낙인찍어 외국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을 정당화하는데 모두가 '공범'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를 보면 접촉 기회가 많아지고, 그 기간이 길수록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이민자를 받아들인 국가들이 적어도 100년이상은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데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만든 불평등의 대가로 빈곤층이 확산되자 신자유주의 원조국인 영국이 먼저 이민자를 거부하며 유럽연합(EU) 탈퇴를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이민자들에게 느낀 제노포비아(xenophobia), 즉 이방인 혐오가 브렉시트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하나의 원조국인 미국에서도 이민자 혐오를 부추겨 공화당 후보가 된 트럼프를 마주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처와 레이건에 의해 시작된 신자유주의로 현재 글로벌 위기를 초래하더니 이제는 제노포비아를 부추겨 분노의 화살을 이주민에게 향하게 하고 있다. 이런 서구의 흐름이 더해져, 우리는 이주민을 이웃이 아닌 혐오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온라인 공간의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다른 집단에 속한 한 인간이 또 다른 집단에 속한 익명의 누군가에게 쏟아내는 악마적 언어를 보자면 '악의 평범성'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향하는 대상은 주로 공동체 안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소수자 집단이다. 특히 존재만으로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혀 있는 한국 내 이주민이야말로 혐오 대상으로 삼는데 주저할 여지가 없어진다.

이제 우리는 200만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사회를 준비해야한다. 무엇보다 이주민에 대한 '범죄자 낙인찍기'와 소수자를 구분 짓는 '타자화'를 중단해야할 것이다. 이는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고 확산하는 기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인간은 어떤 이유로도 억압당하거나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자유'와 '평등' 가치를 무가치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일부 소수자들만이 아닌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 '개, 돼지'로 전락하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진짜 양극화의 주범을 그대로 두고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 분노의 화살을 향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저항조차 힘든 약자를 향한 혐오를 멈추고, 혐오를 부추기는 자들을 제대로 구분하고 제대로 혐오하자. 다문화 사회, 혐오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박진경 인천대 기초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