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건축그룹 [tam] 대표
▲ 이준호 건축그룹 [tam] 대표

건축은 영어로 Architecture이다. Architecture가 일본어 건축(建築)으로 번역돼 일제시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고, 광복 이후 새로운 용어의 정의 없이 이를 그대로 사용하게 됨으로써 여전히 Architecture를 건축이라고 부르고 있다. 엄밀히 말해 우리가 우리의 언어를 통해 Architecture를 정의한 적이 없다(이런 단어가 적지는 않을 것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우리는 건축을 세우고, 쌓는다는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 왠지 기술적인 측면만 부각된 느낌이다. 하지만, 과연 건축이 기술적인 측면만 있을까?

산업시대와 성장시대를 거치면서 기술적인 부분 외에 경제적인 측면이 부각됐고, 이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요즘에는 잘 디자인된 건물이 같은 규모의 보통건물보다 가치를 더 올려준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을 찾고 있지만, 그것이 기술과 경제성 외에 다른 부분이 주목 받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그렇다면, 과연 건축은 무엇인가?

여러 건축가나 철학자들이 건축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건축을 학문으로 볼 것인가, 기술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나 괴테보다 건축을 잘 설명한 말은 없는 것 같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다'라고 했다. 공간이 주는 감흥이 마치 음악 감상을 하는 것과 같다는 대문호다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건축이 기술이나 돈이 아닌, 시대의 철학이나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문화의 그릇이라는 의미다.

건축을 단순히 필요에 의한 건물을 지어서 팔고 사는 개념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공감하기 어려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들어 건축가에 의해 잘 계획된 공간이 사람들의 삶에 큰 감흥을 줄 수 있다는 경험이 조금씩 늘고 의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인천은 건축이라는 분야에서도 여전히 불모지인 것 같다.

건물은 있지만, 건축은 보이지 않는다. 송도, 청라, 영종의 신도시를 통해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에 울림이나 논란을 던져주는 건축이 단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인천이라는 도시에는 건축이라는 문화가 아니라 건물을 짓는 건설만이 존재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항구도시로서 개항 이후 다양한 상황들을 겪은 인천이라는 도시는 그 풍부한 경험만큼 다양한 삶이 자리해왔고, 그것은 인천의 건축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됐다. 이런 좋은 자원을 가진 인천이라는 도시의 건축이 단순히 건물로만 접근되는 현실은 그래서 안타깝다. 많은 선배 건축가들이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인천의 건축에는 건물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천에 건축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여러 건축가들의 노력에 이 지면이 미약하나마 힘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파리하면 에펠탑이 떠오르고, 시드니는 오페라 하우스가 떠오른다. 뉴욕은 맨하탄의 고층 빌딩 숲과 센트럴 파크가 떠오르고, 런던은 빅벤이 스친다. 유명 도시는 그 도시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존재하고, 그 랜드마크와 도시는 서로를 연상시키는 상징체계를 갖게 된다. 하나의 독특한 건축이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지만, 거리의 풍경이나 분위기, 그 도시에서만 벌어지는 축제도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프라하는 오래된 일상의 건축이 현재의 일상도 담아내며 풍기는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이며, 베니스는 중세건물들 사이로 난 운하를 배를 타고 돌아보는 광경이 떠오르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는 프린지 페스티벌이 연상된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독특한 건축들이 유명하지만, 세르다가 계획한 도시 속에서 더 빛나는 건축이 된다.

인천은 어떤가? 당장 인천하면 떠오르는 건축이나 상징이 있는가? 요즘 들어 차이나타운이 자장면거리와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다양한 인천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구 도심이건 신도시이건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있는 도시계획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무엇이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지 알려면 우선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인천이라는 Site(대지)를 바라보는 젊은 건축가의 Sight(시선)를 이야기하고 싶다. 때로는 건축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도시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문화를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보통의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인천이라는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봤으면 한다. /이준호 건축그룹 [ta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