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섭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박섭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퇴근길 고속도로에서 액션영화의 한 장면 같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를 실감나게 목격했다. 흰색 승용차가 차선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하게 끼어들기를 반복하자, 급기야 검은색 승용차가 분노의 질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치열한 카 레이스를 보는 듯했다. 보기만 해도 눈앞이 아찔하고 머리가 쭈뼛서는 광경이었다.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매너 결핍자와 분노조절 장애자 간의 모험에 가까운 보복운전이었다.

올 상반기만 1172명, 하루 평균 6명이 보복운전으로 적발됐다. 실제, 적발되지 않고 자행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도로에서 자동차 핸들을 잡기가 부담스럽고 두려울 지경이다.

보복운전이란 운전 중인 자동차를 이용해 특정인에게 형법상 특수상해, 특수폭행, 특수협박 또는 특수손괴 등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복운전은 차량을 뒤따라가면서 추월해 상대차량 앞에서 급감속 또는 급제동해 협박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급차로 변경을 통해 다른 차량을 중앙선이나 갓길 쪽으로 밀어 붙이는 행위도 있다. 또 사고가 날 뻔했다는 이유로 쫓아가 고의로 충돌하는 행위 등 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보복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7월28일 개정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르면 특수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특수협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특수폭행 및 특수손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됐다. 보복운전으로 적발돼 구속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불구속 입건됐다고 해도 면허정지 100일에 처해지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복운전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일상 속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때로는 누구나 '욱'할 때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미미한 이유에서다. 실제로 보복운전의 시발점은 대부분 사소한 데서 일어난다.

방향지시등으로 신호를 주지 않고 급차선 변경해 갑자기 끼어드는 경우, 상향전조등을 마구 깜빡이며 달리는 앞 차량에 바짝 붙이는 경우, 서행하는 차량 뒤에서 심하게 경적을 울리는 경우, 앞 차량이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무심코 차창 밖으로 던져 뒤 차량운전을 방해한 경우, 양보해줘도 고맙다는 인사 표현 없이 가버리는 경우, 휴대폰 통화하면서 1차선으로 유유히 운행하는 경우, 사정상 차선변경을 해야 하는데 끼어들지 못하게 끝까지 방해하는 경우 등의 사소한 이유들을 수용하기 힘든 분노조절 장애자들의 소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미미한 사유들은 사전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차선 변경을 방향지시등으로 예고하고, 변경 후에는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양보를 받으면 창밖으로 손을 흔든다거나 목례로 감사하면 좋을 것이다. 위급상황이 아니라면 상향 전조등과 경적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 등과 같은 쓰레기를 버리거나 휴대폰 통화로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일도 자제해야 할 일이다.

보복운전은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사람의 소중한 생명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범죄 행위이다. 보복운전자를 신고하고, 고발하고, 적발해 법적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각자 자신을 포함해 내 가족은 물론 우리 모든 이웃의 가족들이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경각심도 중요하다. 얌체운전이 아니라 양보하고 배려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매너운전으로 보복운전을 근절해야 한다. /박섭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