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 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화려했던 지구촌 스포츠 축제, 리우 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그 성화만큼이나 뜨거웠던 그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은 채 그 때의 명장면 하나하나가 매우 선명하게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리우 폐막식 3가지 키워드는 삼바·친환경·생태 보존으로 축약될 수 있다. 미국의 독주와 영국·일본의 도약 속에서 세계 스포츠 판도가 흔들렸다. 한국은 '기초종목' 노메달에 효자종목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116년 만의 금메달 대관식 주인공인 골프 여제 박인비가 탄생했다. 리우올림픽을 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남긴 손연제도 있다. 한국 양궁이 전 종목을 석권하는 신화를 명중시켰다. 리우의 감흥은 대략 이렇게 정리 될 듯하다.

그러나 가장 최고의 명장면이자 잊을수 없는 순간을 꼽으라면 '할 수 있다'로 대두되는 기적의 검객, 펜싱 에페부문의 박상영 선수의 대 역전극일 것이다. 펜싱 에페 세계랭킹 21위 박상영은 결승에서 만난 세계 3위 게자 임레(Geza Imre)를 경기 내내 한 번도 앞서지 못했다. 패색이 짙어가던 중 맞이한 1분의 휴식시간, 박상영은 '할 수 있다'는 말을 6번이나 주문처럼 했다. 이후 박상영은 10대 14로 1점만 빼앗기면 패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연속 5득점으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자신은 물론 모두를 아연실색케 하는 최고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스포츠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고, 이 점이 가장 큰 매력 있는 인간의 행위 중 예술과도 같다.

그렇다면 이것이 가능했던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과연 행운일까? 많은 스포츠전문가는 이구동성으로 멘탈을 가장 앞세운다. 그렇다면 멘탈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3C로 집약되는 자신감(confidence), 집중력(concentration), 침착성(composure)이라 말하고 싶다. '할 수 있다'의 자신감과 단 순간도 놓아서는 안되는 집중력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성이 요체다.

대결을 벌이고 있는 순간에 감독, 코치가 가장 많이 외치는, 심지어 TV를 시청할 때 아나운서나 해설위원마저 가장 많이 강조하고 우리 귀에 전해오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압축된다.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혹은 조금만 더 집중해야 합니다." "절대 당황하면 안 됩니다. 침착해야 합니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골든그랜드슬래머 박인비를 보라. 세계랭킹 1위의 리디아 고를 보라. PGA투어 31승의 크레이그 스태들러(Craig Stadler)는 그린에 볼을 올리고 캐디가 전해주는 퍼터를 들고 걸어가면서 '저 볼을 반드시 집어 넣겠다'라고 스스로에게 항상 주문했다 한다. 골프 황제 잭 니클러스는 중요한 퍼팅 순간 주변 공사장의 폭발음 소리를 자신만 듣지 못했다 한다. 해저드나 벙커에 빠져도 심지어 OB가 나도 노련한 선수는 절대로 당황하지 않는다.

스포츠, 아니 골프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잘 다뤄야 할 정신 항목이 아닐까? /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