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인하대 명예교수
▲ 김흥규 인하대 명예교수

"어제 온구 만났는데, 걔 완전히 '재크'더라"(어제 온라인에서 알게 된 친구를 만났는데, 걔 머리 엄청 크더라). "새로 온 부장, 아무래도 '디티'같지 않니?"(새로 온 부장, 아무래도 깐깐한 담임선생 같지 않니?).

이는 2000년대 초 10대~30대 '디지털 세대'들의 은어다.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무슨 말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대 격차의 골이 너무 깊어서 '세대 갈등'이란 말 보다는 '세대 단절'을 넘어 '세대 전쟁'이요, '세대 충돌'로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국정의 대소 정책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노동, 환경, 예술 등 심지어 북한문제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진솔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세대들 간에 배타적이고 극단적으로 치달아 심각한 양극화, '세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원인은 많지만 핵심은 두 가지다. 가정과 학교에서 인간성 교육을 외면했고, 제대로 된 인격과 도덕성을 갖추게 할만한 사회적 인프라가 빈약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인격적 모델이 될 만한 존경스런 지도층이 사라졌고, 저급한 정치지도자들이 득세했다.

지금의 우리 사회 현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즉 "혼돈의 시대, 온갖 유혹과 위험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자녀들에게 가장 먼저 키워야 할 능력이 도덕지능이다. 왜냐하면 훌륭한 인격과 사회적 성숙의 핵심덕목이기 때문이다"(Borba, 2004). 그리고 "도덕적 능력은 생존의 문제이며, 전 분야에서 도덕적 리더십이 살아나 주목받아야 한다"(Doug & Fred, 2006). "그래야 정의도 살 수 있고 무너진 원칙도 바로 세울 수 있다"(Sandel, 2010)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객관적 절차가 무시된 '바보들의 행진'이 도처에서, 심지에 대학가까지 끊이질 않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각 세대의 성장환경과 의식 성향을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 '힘'과 '목소리' 큰 것이 시대정신이고, 정의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질서와 문화, 상식과 양식을 강조하면 되는가? 차라리 "어느 민족이든 통제 불능인 자들은 인구의 5%이다"라는 싱가포르 전 수상 리콴유의 말을 재음미하는 게 정답이다.

둘째, 상대방에 대한 '기대 수준'을 융통성 있게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왜, 어른을 존경해야 하느냐?, 나이가 무슨 벼슬인가?"라는 젊은이에게 윤리 도덕성을 기대하고, 자리 양보 안 한다고 투덜거려서 어쩌자는 것인가?

셋째,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실력을 길러야 한다.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를 서핑하고, 모든 국경과 문화를 넘어서 채팅하며 사이버 공간을 제 집인 양 편안하게 느낀다. 문제는 이것이 안 되면 그들은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 일주일에 책 한권이라도 읽으며 공부하는 게 옳다.

넷째, 젊은 세대들은 일회용 환경에서 성장한 일회성 인간의 성향이 강하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에서 한 번 사용하고 아낌없이 버리는 분위기에 젖었다. 암기식 지식과 반복적 문제 풀이(일회용 지식)→시험(일회용 교육과 문화)→일회용 정신상태와 일회성 인간(수시형.정시형 인간, 시험 선수형 인간)으로 키워졌다. 이들은 물건이든 인간이든 유통기간을 중시,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내버리는 성향이 짙다. 폐기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공부하며 당당한 기성세대로 거듭나야 한다.

다섯째, 젊은 세대들은 지나친 과잉보호로 키워졌기 때문에 이기적 개인주의 성향이 농후하다. 때문에 인간관계의 폭, 나만의 심리영역인 '보디 존(body zone)'에 매우 민감하다. 대인관계의 친밀도는 인정권(人情圈 :부모형제), 의리권(義理圈 : 친지) 외에는 지면권(知面圈)도 중요시 안 한다. 이들의 윤리의식은 가족과 친지로 좁아졌다. 젊은 세대일수록 실례(失禮), 무례(無禮), 비례(非禮), 결례(缺禮)를 알지도 못하고 의식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해관계의 영역인 보디 존을 침해받는다면 그 반발의 강도는 강하다. 하대(下待)하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순간 폭발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여섯째, 언어는 인격이요, 목소리는 성격이라고 한다. 기성세대 및 노인세대가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준비된 말, 자제된 말, 신중한 말, 예의를 갖춘 말, 품위있는 말, 교양있는 말, 유머와 위트있는 말을 해야 한다.

결국 핵심적 문제는 인간성을 상실한 시험선수, 윤리 도덕성이 받쳐주지 않는 지도층과 심리·사회적 성숙이 안 된 고위 전문직과 부유층들이 문제다.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반교양, 반질서, 반윤리, 반문화적 요인을 철저히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오동나무 옆에 뽕나무가 있으면 오동나무 속이 빈다는 말이 있고, 쑥대도 곧게 자라는 삼밭에서는 잡아 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기 때문이다. /김흥규 인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