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편집장
▲ 황해문화 편집장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320㎞ 가량 떨어진 해발 4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Aleppo)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과 동방을 잇는 대상(隊商)이 통과하는 관문 도시였기에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시장 수크(Souks)가 있으며, 역사 이래 수많은 제국들이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쟁투를 벌였다.

기원전 2000년경부터 히타이트, 아시리아, 아랍, 몽골, 맘루크 왕조, 오스만 제국이 번갈아가며 지배했고, 12세기 무렵엔 제3차 십자군을 이끌었던 사자왕 리처드와 이슬람의 명군주 살라딘이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그와 같은 역사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문화유적지가 바로 알레포 성채이다.

처음 이 성채가 건설된 것은 기원전 16세기였다고 하는데, 유대민족의 선조인 아브라함도 이곳을 거쳤다고 할 만큼 유서 깊은 장소이다. 이곳은 현재까지도 이슬람 모스크와 기독교 교회가 공존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중동민주화의 바람과 함께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알레포는 연일 포화에 시달리는 최악의 격전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던 전통 시장은 온통 폐허가 되었고, 수천 년을 이어온 문화유산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한때 번창하는 도시로 인구과잉을 염려하던 시민들은 이제 난민이 되어 주변국들을 떠돌고 있다. 내전이었던 전쟁이 주변강대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된 결과이다.

어느 역사소설가가 말했다든가, "내전은 짧을수록 좋다. 그래야만 상처가 빨리 아물기 때문"이라고. 지난 70여년의 분단, 66년의 내전을 여전히 끝맺지 못한 한반도의 시민으로서 시리아 난민의 참상을 바라보며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내전은 스스로의 운명조차 결정할 수 없게 만드는 최악의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란 것이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