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표현의 자유' 침해
카카오 전 대표 공판서 제청
헌재 결정 이후 선고하기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포 차단 의무와 처벌조항을 명시한 현행 법령 규정이 위헌 심판을 받게 됐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포를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조인스닷컴 공동대표)에게 검찰이 적용한 법률 조항이 헌법의 '통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판부가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해 헌법재판소 판단이 주목된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단독 김영환 판사는 21일 이 사건 속행 공판에서 검찰이 카카오 전 대표에게 적용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직권으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률 조항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해 대통령령(시행령)이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발견된 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3조에는 이용자가 상시 신고할 수 있는 조치, 기술적으로 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는 조치, 판단이 어려운 자료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요청 등을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헌법 제18조 통신의 자유와 제21조 표현의 자유 보장측면에서 과잉금지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김 판사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적 정당성에도 불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발견'과 '조치'를 강제하는 것은 이용자의 표현물을 제한·감시하게 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가의 책무인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형벌로 강제하는 것은 영업자유를 제한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내용도 불명확해 기술적 한계로 인해 법률 목적을 달성할지도 의문"이라며 "특히 자의적 해석으로 처벌을 결정해 정부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조치'는 행정상 의무인데 위반하면 형사처벌하게 했다"며 명확성의 원칙 위배 문제와 "시행령이 모법(음란물 발견)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위배 견해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이 사건 선고는 헌재의 위헌 여부 결정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앞서 검찰은 2014년 6월14일∼8월 12일 ㈜카카오의 정보통신망서비스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과 관련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온라인서비스 제공))로 이 전 대표를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음란물 유포행위와 관련, 온라인서비스 대표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공판에서 검찰은 "서비스를 출시할 당시 음란물 차단을 위한 상시적 신고기능을 갖추지 않는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불명확한 법 규정과 모호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사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맞서왔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