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찜통 더위를 피해 떠났던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왔다. 며칠씩 비워뒀던 집으로 돌아와 '우리 집이 최고야'라고 한마디씩은 던졌을 법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집을 선택한다.

경쟁적이고 매정한 바깥세상에 비해 가족이라는 혈연으로부터 휴식과 안정, 사랑을 탐색하는 가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살아온 내 집이 생을 마감하는 안식처로 이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의료기관이 보편적인 임종 장소가 됐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57.2%가 자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했지만 자택에서 숨진 경우는 10명 중 2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마지막 삶까지 통증이나 고통 없이 인간의 존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웰다잉(well-dying)이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산업화의 영향으로 가족구조는 핵가족 형태에서 '핵분열 가족'과 같이 더 세분돼 홀몸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홀몸노인들의 고독사도 증가하고 있다. 가족이 있어도 찾지 않는 현대판 '고려장'이 고독사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660만명 중 독거노인은 138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매년 6만여명의 홀로 사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가족관계가 소원해진 노인들이야말로 사회전반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회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노고(老孤)의 혹독함을 달랠 수 있도록 혈연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가족화가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망을 돈독히 하는 노인복지 사업들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덴마크의 철학사상가 키에르케고르는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사회적 고립 등으로 고독하게 되면 암, 전염병, 심장질환 등에 대한 면역체계도 약화된다고 한다. 외로운 사람일수록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엊그제 리우올림픽 리듬체조에서 손연재는 영화 '대부' 주제곡 '팔라 피우 피아노(Parla Piu Piano)'를 배경으로 볼 연기를 펼쳤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고독사를 보며, 갑자기 대가족의 애증으로 고독을 풀어나간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랜도, 로버트 드 니로), 대부의 가족관계가 그리워졌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