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인천 편집장


"그 회사 것 맞죠?" "네, 맞습니다. 우진이가 우리 활로 쐈습니다." 전화선을 타고 오는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다. 김우진 선수는 이번 리우올림픽 남자 양궁 랭킹 라운드에서 세계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 여세를 몰아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 되었다. 그날 경기를 본 후 불현듯 생각난 곳이 있었다. 4년 전 '굿모닝인천' 기사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MK Korea' 였다. 이 회사는 계양구 이화동에 있는 양궁 전문 제작업체다.

대표 김경환(45) 씨는 20년간 활시위를 당겼던 양궁 선수 출신이다. 선인고와 인천전문대에서 펜 대신 활을 쥐었고 군복무도 상무에서 총 대신 활을 쏘았다. 전역 후 계양구청에 입단해 두 차례의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가대표 되는 게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 보다 어려운 곳이 한국이다. 그는 활을 내려놓았고 대신 활을 만드는 삼익스포츠사에 입사했다.

10년 후 그는 자신만의 활을 만들기 위해 2007년 4월 창업했다. 선수 출신 후배들도 직원으로 합류했다. 그들과 함께 밤낮없이 제품 개발에 나섰다. 탄성과 강도 시험을 위해 공장 공터에 표적판을 세우고 수없이 활을 쐈다. 마침내 'Vera'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전국 곳곳의 훈련장을 찾아다녔다. 호응은 신통치 않았다. 선수들에게 활은 신체의 일부다. 장비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즈음 고교 궁사 김우진이 'Vera'를 쥐고 2010년 광조우아시안게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때부터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Vera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국제경기에 자주 '참가'한다.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선수들을 위한 'AS 출장'이다. 물론 현장에서 제품 홍보에도 힘을 쏟는다. 예전에는 제발 사용해달라고 사정해도 본체만체 했던 여러 나라 선수들이 이제는 먼저 제품 스폰을 요구한다.

"4년 금방입니다. 이제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죠." 전화를 끊으면서 김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선수시절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자신이 만든 활대와 화살이 국가를 대표하는 세계적 명품으로 우뚝 서는 꿈을 꾸고 있다. 인천 유일의 양궁 전문 제작업체 'MK Korea'는 지역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 할 토종업체이자 강소기업이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