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얼마 전 시대 별 범죄양상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80년대에 절도였던 것이 현재 보이스피싱은 물론 스피어피싱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금융사기의 경우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 셈이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는 어떨까. 두 용어가 최근에 빈번히 사용되고 있지만 이전에도 이 같은 범죄가 없지 않았다. '묻지마 범죄'로만 취급되던 것이 특정 개인의 인격의 문제와 결부되면서 사이코·소시오패스로 명명된 경우이다. 이러한 인격적 범죄 양상에 관하여 동시대의 범죄를 소재삼아 인간의 내적인 부분 및 사회적 인식을 드러내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흥미롭다.

작가 정유정은 최근 장편소설 『종의 기원』(은행나무, 2016.)에서는 사이코패스(한유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썼다.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 자체가 소재이자 주제로 단지 소진되지 않는 것이 흥미롭다. 작가는 기행(奇行)을 저지르는 한유진의 행동을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는 대신 그러한 행위에 저지르는 개인의 사고(思考)를 따라간다. '악한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때다.

정유정의 소설이 선천적 요인과 맞닿아 있다면 daum 웹툰 「바퀴벌레」(연재중)는 '환경적' 요인과 범죄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한다. 「바퀴벌레」는 여성 성범죄를 소재로 하여 누가 어떻게,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추측건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대두되고 있는 '여성혐오범죄'를 해석하는 한 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범죄를 선천적 '악' 혹은 후천적 환경요인 둘 중 하나로 귀결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논하기 어렵다고 해서 범죄 전문가에게 맡겨놓고 말 일도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범죄양상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들은 단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최근의 범죄를 다루는 서사, 웹툰 등 콘텐츠의 시도는 인간 존재의 문제에 접근하게 하는 하나의 문(門)이자 질문(問)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사회 #사이코패스 #소설 #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