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편집장

가수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정확히 20주기가 된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발표한 앨범 <다시 부르기2>는 한국 포크음악사의 주요 명곡들을 리메이크한 명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앨범에 수록되었던 세 번째 곡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노래 가사 일부를 소개해보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 포수에게 잡혀 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라는 것이다. 실제 그런 세상이라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일 텐데, 지금 우리 상황을 보면 딱 이 노래가사 같다.

청소년을 보호하라고 보낸 학교전담 경찰관은 보호해야 할 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워야 할 현직 검사는 친구에게 뇌물로 비상장 주식을 받아 대박을 치고, 불법을 심판해야 할 현직 판사는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범법자로 체포된다.

바다 위를 비행할 때 조종사들은 종종 뒤집혀 날아가는 줄도 모르는 비행착각(Vertigo) 현상을 일으켜 추락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발생한 25건의 전투기 추락사고 가운데 5건이 이런 착시현상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빚어지는 까닭은 망망대해에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로 기준이나 표준이란 의미를 지닌 'standard'는 본래 중세시대의 전쟁에서 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이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세워놓은 '군기(軍旗)'에서 나온 말이다. 군기를 빼앗기면 전투에서 패하는 것처럼 지켜야 할 기준이 무너진 사회는 추락한다.

그런데 기준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뒤집힌 줄도 모르고 있다면 어찌 해야 할 것인가? 망국의 위기에 처한 조국에 대해 애끓는 심정으로 시를 썼던 굴원(屈原)의 「회사부(懷沙賦)」에는 김광석 노래의 원조라 할 만한 시구가 있다.

"變白以爲黑兮, 倒上以爲下. 鳳凰在兮 鶩翔舞(흰색을 바꾸어 검다 하고 위를 거꾸로 아래라 한다. 봉황(鳳凰)은 새장 속에 있는데 닭과 집오리는 나다니며 춤을 추네)"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黑白顚倒(흑백전도)'이다. 이제라도 그 기준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