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교육부의 성인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을 최근 철회했다. 이 사업에 선정된 10개 대학 중 하나인 인천 인하대는 메카트로닉스, 서비스산업경영 등 5개 학과를 둔 성인단과대학을 설치했다. 공교롭게도 이화여대와 인하대는 대학개방 사업의 효시라는 특성을 지닌 대학이다.

이화여대는 1984년 3월 우리나라 최초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을 설립했고, 인하대는 1977년 사범대학 부설로 주부대학(시민대학)을 운영했다. 공권력 투입과 총장퇴진으로 치달은 이번 이화여대 사태는 재정개선을 이유로 '돈' '학위장사'라는 비판을 받은 대학 구조개혁과 대학 구성원의 학벌, 엘리트의식이 충돌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성인단과대학 사업은 초기부터 재정수입 이해관계에서 선발인원을 정원 내 혹은 정원 외로 둘 것인가에 대해 논쟁했다. 결국 '정원내<정원외'의 구조로 결정됐다. 이미 성인을 위한 학위과정은 방송통신대와 사이버대 등과 기존 대학들이 학점은행제 등을 통한 학위과정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이번 교육부의 성인단과대학 사업의 성공여부에 우려를 나타낸 것도 사실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재정수입 보전을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성인단과대학 지원 예산이 300억 원에 그쳐 지속적인 사업으로 보기에도 불안감이 있다는 시각이었다.

대학개방의 역사는 깊다. 대학개방은 1873년 영국 캠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의 제임스 스튜어트 교수의 대도시 지방강연(local lectures)을 필두로 시작됐다. 이러한 대학개방의 정신을 이어 유네스코도 '교내외를 막론하고 정규학생이 아닌 성인들에게 교수활동을 비롯한 대학자원을 제공하는 학점제

또는 비학점제의 다양한 프로그램, 카운슬링, 자문 등이 포함되는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성인단과대학은 '30세 이상의 성인이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졸업자, 일반고 전문반, 직업교육과정 위탁생 가운데 산업체에 3년 이상 재직한 사람의 교육을 전담하는 단과대학'이다. 이렇게 보면 해묵은 유네스코의 대학개방 정신을 따라가기에도 부끄러운 평생교육 과정이다.

성인단과대학은 입학연령을 제한한 또 하나의 대학입시제도에 불과하게 됐다. 오늘날 대학개방(University Extension)은 보편화됐지만 중요한 대학의 기능이다. 성인단과대학은 진정한 평생교육의 정신과는 동떨어진 과거의 야간대학과 같은 인상이 짙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