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이웃에 동산고 야구선수가 있었다. 그는 동네 한복판에 서있는 나무전봇대에 반으로 쪼갠 헌 타이어를 박아놓고 매일 배팅연습을 했다. 그 전봇대에는 외등이 달려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이트 시설이 설치되었던 것이다. "퍽∼퍽∼" 그의 배팅이 시작되면 우리 동네 기상 시간이었고 그의 방망이가 멈추면 취침 시간이 되었다. 동네 사람 누구 하나 그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다만 전봇대가 쓰러져 전기가 끊어지지 않을까 그것만 걱정했을 뿐이다. 무슨 대회인지 그가 홈런왕으로 뽑혔다며 그 집 어머니가 떡을 돌린 기억이 있다.

지난달 말일 폭염 속 시원한 낭보가 하나 전해졌다. 동산고가 제 5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이후 청룡기, 봉황기, 황금사자기 등 메이저 대회 정상에 모두 서게 되었다. 이틀 후 또 다른 승전보가 전해졌다. 부평고가 제49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예전에 철마산을 기준으로 스포츠 선호도가 갈린다는 좀 희한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평 쪽에선 야구에 별로 관심이 없고 동인천 쪽에서는 축구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 한다는 말이다. 아마도 전국 최강의 야구팀과 축구팀이 양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런 '궤변'이 나온 듯하다.

이 참에 금의환향 카퍼레이드를 성대하게 펼쳐보자. 고적대와 밴드부 그리고 경찰 사이드카를 앞세워서 시끌벅적하게 해보자. 촌스럽다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는 오색테이프가 흩날리는 도심에서 우승 축하 퍼레이드를 자주 한다. 두 학교 선수들이 동인천 부터 부평까지 함께 뒤섞여서 카퍼레이드를 해보면 어떨까. 아예 이번 9월 24일부터 시작하는 애인(愛仁)페스티벌에 '우리의 아들, 동산고! 부평고!' 프로그램을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축하 떡도 나누며 질펀하게 잔치를 벌이면서 인천의 에너지와 흥을 함께 발산해 보자.
사족 하나. 두 학교가 차지한 것이 공교롭게도 둘 다 '대통령배'다. 이제 인천에서 '대통령직'만 거머쥐면 된다는 농담, 그냥 웃어넘겨야 할지.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