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학교 스포츠복지과 교수


올여름 극장가에는 지역 색이 짙게 묻어나고 있다. 우선 '부산행'이란 액션 스릴러 영화가 지난달 20일 개봉했고, 정확히 일주일 후 '인천상륙작전' 전쟁영화가 상영에 들어갔다. 바이러스를 피해 주인공이 부산으로 가야만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영화가 '부산행'이고, 국제연합군이 인천에 상륙해야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영화가 바로 '인천상륙작전'이다.

두 영화는 특이하게도 부산과 인천을 택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내용도, 개봉시기도 무언가 관련이 있어 보였다. 항구도시 인천과 부산, 두 도시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한국체육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천과 부산은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체육이 활성화된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인천시는 그동안 전국체전을 5회나 개최하며 국내 최대규모의 체육행사를 개최한 경험을 축적했다. 그 노하우를 통해 인천은 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어 제 역할을 충실히 했으며, 2005년에는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부산은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인천은 항구도시라는 특성과 같은 광역시라는 이유로 내심 부산을 경쟁도시라 여겼다. 특히 체육 분야에서는 인천이 부산을 앞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부산이 서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해낸 것이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말이다. 이는 인천에게 있어 새로운 자극제, 아니 충격이었다.

결국 인천은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동북아의 관문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도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인천은 지난 2010년 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로 2003년 12월부터 대회의 유치경쟁에 뛰어든다. 인천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미 중국 광저우시가 인천보다 먼저 유치활동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뒤늦게 인천이 뛰어든 만큼 유치가능성은 불투명했고 스포츠외교 분야에서 중국과의 유대관계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결국 인천은 차기 대회의 유치에 무게를 두기로 한다. 마침내 인천은 지난 2014년 대회의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고 인도 델리와 경쟁을 벌인다. OCA총회에서 인천은 총 45표 가운데 32표를 획득, 13표를 획득한 델리를 누르고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의 유치에 성공한다.

부산과의 역사는 인물에도 있다. 한국레슬링 최초의 세계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바로 장창선이다. 그는 인천에서 성장하며 1964년 10월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 더불어 1966년 6월16일에는 아마추어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의 금메달을 조국의 품에 안겼다. 해당 소식은 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 1976년 7월31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올림픽대회에서 양정모는 레슬링 자유형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다. 올림픽대회 참가 역사상 우리나라 선수의 첫 금메달이었다.

장창선은 인천 출생으로 인천의 아들이라 불린다. 양정모는 부산 출생으로 부산의 아들로 불린다. 뿐만 아니라 장창선은 1943년 2월27일생이고 양정모는 1953년 2월28일생이다. 둘은 놀랍게도 10년 차이로 출생 시기마저 비슷하다. 결국 장창선의 금메달은 국민체육 진흥의 시작점이 되었고, 양정모의 금메달은 한국체육대학교 설립의 계기가 됐다.

오늘도 인천은 야구도시 인천이라 부르며 구도인천(球都仁川)을 외치고, 역시 부산도 야구도시 부산이라 부르며 구도부산(球都釜山)을 외친다. 인천에는 SK와이번스가 그 중심에 있고 부산에는 롯데자이언츠가 그 중심에 있다.

이와 같이 인천과 부산은 스포츠를 통해 서로 경쟁하며 한국체육 성장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두 도시 모두 공존하고 상생하길 바란다. 하지만 시작된 경쟁이라면 부산으로 가는 길보다 인천이 먼저 상륙하길 바라는 마음은 속일 수 없다. /서해대학교 스포츠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