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용 신한물산(주)대표이사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교류를 전면 차단한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마지막 끈'은 남겨져야 했던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지 6개월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10일, 개성공단이 삶의 일상이고 소중한 일터였던 우리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은 우리 정부의 전격적인 중단 결정과 이에 대한 북측의 추방조치로 2월11일 개성공단에서 쫓겨나듯 나온 후 언제 다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정부의 전면중단의 이유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제재 동참 유도'였지만 국제적인 제재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민생과 직결된' 것은 제외된 것을 알 수 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과 달리, 그 제재들은 대부분 즉각 무효화 하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UN 제재 결의 내용에는 제재만을 위한 것이 아닌 북한의 변화와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즉 제재의 목표는 북측을 협상의 장에 나오게 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 임금이 핵 개발에 전용된다고 한 것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은 개성공단이 태동조차 하지 않았던 지난 1990년대부터 핵개발은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잠정중단 시 치열한 협상 끝에 나온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의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 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라는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에 의해서 이러한 합의가 완전히 무산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핵과 미사일의 문제였다면 그 당시 2013년에도 3차 핵실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왜' 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핵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과 중국 등 다자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을 모색해 왔고 향후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부분은 국내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잃어 생산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었다. 국내에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해외로 이전해야 하는 섬유, 봉제, 신발, 전기전자, 단순조립 제품 등의 업종이었다. 개성공단이 이러한 업종과 관련 협력기업들의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 가고 있었다. 5000여개의 협력기업들은 개성공단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면서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변화를 준비하고 노동집약 산업의 재생 모델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이러한 노동집약적인 산업 생태계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경협이 선순환을 이뤄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남북경협의 실험장이자 작은 통일이 진행되고 있던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개성공단을 '통일의 옥동자'라고 불리곤 했었다.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우리측 주재원 850여명과 5만4000여명에 달하는 북측 근로자와 함께 생산을 같이 했고, 당장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소위 '접촉을 통한 변화' 를 이뤄낸 곳이다. 체제와 제도 및 문화가 상이한 남과 북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협력할 수 있는지를 매일 실험하는 작은 통일의 공간이었다.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남북경협과 작은 통일의 모델이 사라진 것이다.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 이번 조치로 국가신용에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입주 기업 중 외국인 주주가 있는 경우도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도 없이 기업들의 재산권을 제한 한다면 어떤 외국 주주가 우리 기업에 투자하고 거래를 유지할 것인가.

개성공단 국제화와 국제적 스탠다드를 강조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이 정부에 의해 강행됨에 따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신뢰 저하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어느 국가든 국가 리스크는 있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신임의 척도가 될 것이다. 대외채무가 많은 대한민국의 이자 부담만 가중시킨 결과가 됐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남북관계는 수십 년 전 으로 후퇴했고 잃어버린 것들도 많다. 지난 1988년 군사정권인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에서 출발한 남북경협의 역사가 정권마다 부침은 있었지만, 28년 동안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개성공단을 지나 대륙을 건너 유라시아로 가기 위한 동력이 멈춰진 상황과 2016년 오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모두가 국익차원에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