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의 끝자락에 왔다. 지난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이 전체인구의 7%를 넘어선지 17년만의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인구의 증가현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고령사회를 맞은 프랑스는 115년이 소요됐다. 우리는 가장 빨랐다고 하는 일본보다도 6년이 앞서 고령인구가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머지않아 인구 4명 중 1명 정도가 될 노인인구의 증가는 또 다른 노년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보다 평균수명이 연장됨으로써 인생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음미할 여유를 갖게 됐다. 하지만 길어진 노년기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자기관리에 충실할 수 없다면 장수는 축복 아닌 재앙으로 남게 될 것이다. 노인은 사회 혹은 가정에서 버려진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고 발달하는 인격체다. 그래서 노년기는 자기존중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특히 노년기는 사회기여의 확실한 인생주기이므로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지 않고는 노년기의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는 젊음 지향의 사회다. 모든 만물이 겪게 되는 생리적인 노화와 사회적 지위의 변화에서 오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노인이 되는 과정이다. 쿠밍과 헨리는 노년기의 한가함과 해방감을 추구하고, 역할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이탈이론의 입장에서 노년기를 규정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아무래도 역할 상실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헤비거스트가 주장하는 활동이론은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적 활동을 찾아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애칠리는 과거에 이미 수행하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속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어떻든 노년기에는 종류에 관계없이 활발히 움직이고 역할을 많이 할수록 성공적인 노화에 유용하다는 결과들이 입증되고 있다.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고령층(55~79세)의 61.0%는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57.0%가 '생활비에 보탬'이고 '일하는 즐거움'이 35.9%로 나타나고 있다. 일에 대한 즐거움이 경제적 이유보다 점차 많아지는 노년기를 기대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