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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흑인을 향한 경찰 총격 등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서 인종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경찰이 총격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공권력을 집행할 때에는 백인과 흑인 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로널드 프라이어 교수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주 주요 10개 도시 경찰서 10곳의 보고서를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찰이 용의자 등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거나 수갑, 페퍼 스프레이 등을 사용하는 데 있어 상대의 인종에 따른 차이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뉴욕시의 2003∼2013년 불심검문 기록에 따르면 경찰의 불심검문 대상이 된 흑인의 경우 백인보다 경찰의 무력 사용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심검문 1만 회당 경찰에 의해 손으로 제지당하는 경우는 흑인이 백인보다 17%많았고, 경찰이 벽으로 밀치거나 수갑을 사용하는 경우도 흑인이 용의자일 때 백인보다 각각 18%, 16% 더 잦은 경향을 보였다. 

경찰이 용의자를 바닥으로 눌러 제압하거나 총구를 겨누는 사례도 용의자가 흑인일 때가 백인일 때보다 각각 18%, 24% 높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공정 경찰활동센터가 미국 12개 경찰서의 용의자 체포 및 공권력 사용 자료를 분석해 최근 공개한 보고서도 흑인이 백인보다 더 자주 경찰의 목표물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총기까지 사용하는 보다 과격한 공권력 집행에서는 인종 간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NYT는 분석했다.

프라이어 교수가 10개 경찰서에서 2000∼2015년 발생한 1천332건의 경찰 총격 기록을 분석한 결과 경찰관들은 용의자로부터 먼저 공격을 받지 않은 상태일 경우 용의자가 흑인일 때보다 오히려 백인일 때 총을 발사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이 같은 결과는 경찰이 인종적 편견을 바탕으로 총격 등 '치명적 무력(lethal force)'을 사용한다는 일반의 인식과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대상 지역은 인구가 미국 전체의 4%에 불과하고, 미국 평균보다 흑인이 더 많아 대표성을 갖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NYT는 부연했다. 

프라이어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경찰이 총기를 발사할 때는 법적, 심리적으로 큰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이보다 약한 공권력 사용의 경우 처벌을 당할 가능성이 낮은데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