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마을 토지 반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려던 우칸(烏坎)촌의 촌민 지도자를 부패 혐의로 체포해 촌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중국 광둥(廣東)성 산웨이(汕尾)시 검찰원과 루펑(陸豊)현 공안국은 전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게시한 문건에서 린쭈롄(林祖戀·70) 우칸촌 당 지부 서기를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고 중화권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언론들은 촌민들의 말을 인용, 또 체포 과정을 지켜본 일부 촌민도 경찰에 구타당한 뒤 붙잡혔다고 전했다. 린쭈렌의 부인은 자택에 들이닥친 경찰관 10명에 밀려넘어져 다쳤다고 언론들은 밝혔다.

중국 당국은 촌민들에게 어렵게 얻은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사법 당국에 협조하라며 일부 범법자의 극단적 행동에 선동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촌민들은 당국이 마을 토지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마을지도자를 연행한 것으로, 폭압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촌민(37세)은 "당국의 행동은 조직폭력배와 마찬가지"라며 "우칸의 시위를 중단시킬 목적으로 자행한 난폭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린쭈롄의 부인은 "남편이 뇌물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는 (2011년)직선을 통해 촌 서기로 당선된 후 5년간 일에 대한 보상을 받지않았으며 오히려 아들이 보내준 용돈을 촌민위원회에 보탰다"고 말했다.

촌민들은 차량 수십여대가 동원된 이날 체포작전 후 경찰관 약 400명과 3시간 동안 대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린쭈롄은 19일 촌민대회를 열어 마을 토지 반환을 요구하기 위한 대규모 '상팡'(上訪·하급기관 민원처리에 불복해 상급기관에 직접 민원을 내는 행위)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인구 2만여 명의 작은 어촌마을인 우칸촌 촌민들은 2011년 9월 현지 당 지도부가 마을 공동 소유 땅을 개발업자에게 몰래 헐값에 넘긴 데 격분해 시위를 벌인 끝에 비리 관리들을 내쫓은 뒤 이듬해 3월 직선을 통해 촌민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당국은 시위 당시의 약속과 달리 토지를 되돌려주지 않고 시위에 참가한촌민 지도자들을 부패 등 혐의로 처벌했다.

이번 우칸촌 사태가 내년 지도부 권력 개편을 앞두고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에게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