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김병오 '수원더비' 소감...적장 서정원 감독 충고 각성계기

2009년 12월, 올림픽 대표팀 서정원(현 수원삼성 감독) 코치는 처음 대표로 선발된 막내 김병오(수원FC·당시 성균관대·사진)를 따로 불렀다.

서 코치는 김병오에게 "너는 기가 죽어있는 것 같다. 움츠려 있지 말고 자신 있게 뛰어라"라고 말했다.

김병오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거침없이 플레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유명 선수 사이에서 약간 기가 죽어있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엔 기성용, 구자철 등 프로에서 뛰고 있던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서 코치의 직설적인 한마디는 김병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1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김병오는 "서 코치님의 말을 듣고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라며 "그 이후 몸싸움을 즐기는 현재의 플레이 스타일이 굳어진 것 같다.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뭔가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쳤다"라고 말했다.

김병오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수원 더비'에서 서정원 감독을 약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서 감독은 적장이었다.

그는 보란 듯이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녔다. 특유의 거친 플레이를 마다치 않았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며 왕성한 활동량을 뽐냈다.

김병오의 투지와 집념은 0대 1로 뒤지던 후반 27분에 열매를 맺었다. 그는 중앙 서클부터 질주하다 다리가 풀려 공을 한번 놓쳤지만, 다시 공을 가로채 수비수를 제친 뒤 동점 골을 터뜨렸다.

제대로 골 세리머니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힘을 쏟아부은 '한방'이었다. 김병오는 "굉장히 짜릿했다"라고 말했다.

비록 수원FC는 1대 2로 역전패했지만, 김병오는 축구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를 선사했다. 그리고 서정원 감독에게 '기죽지 않은' 본인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줬다.

김병오는 "대학 졸업 이후 여러 팀을 옮겨 다녔는데 그때마다 기죽지 않으려 노력했다"라며 "올림픽 대표팀에서의 경험과 서 감독님의 말 한마디가 큰 자산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님으로부터 각성의 계기를 받았다면, 우리 팀 조덕제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라며 "적극적인 플레이를 원하는 조 감독님의 주문으로 내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