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구 경제부장
▲ 이현구 경제부장

올해 초 친구와 나눈 이야기다. 사람들과 모여서 삼겹살 먹기도 힘들다. 예전에는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 것이 평범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3~4명이 국내산 삼겹살과 소주를 결들이면 10만원이 나간다. 그래서 삼겹살 대신에 좀 더 싼 제육볶음 등을 선택한다.

서민들이 간단한 술자리마저 부담을 느끼면서 술집 대신 집에서 먹는 경우가 늘었다. 지난달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맥줏집, 막걸릿집 등 술과 안주를 전문적으로 파는 주점업의 서비스업생산지수는 73.0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이는 어려운 주머니 사정으로 술집 이용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집에서 소비하는 금액만 따지는 가계동향의 주류 소비지출은 지난해 월평균 1만2109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집에서 술을 먹는 경우가 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만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최근 한국 경제의 주름살이 더 늘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조선업은 우리경제 발전의 큰 축이었다. 수주량 세계 1위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던 조선업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 국민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한국 조선업의 중심이던 거제는 잘사는 지역으로 부러움을 받았다. 거제에 사는 강아지는 1만원을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본 현재 거제의 모습은 처참하다. 조선업계의 대량 해고 등이 예견되면서 앞으로 상황은 더 어두워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찾을 수 없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경제인식'을 조사한 결과 84.2%가 경제상황을 '구조적인 장기불황'으로 인식했다. 경기침체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수출은 계속 감소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달 한국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1.2% 줄었다. 올 들어는 1월 -18.9%, 2월 -12.2%, 3월 -8.1%를 나타냈다. 수출도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국 수출 감소에도 인천 수출은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인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한 32억4500만 달러였다. 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는 영종에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기업인 스태츠칩팩코리아(STATS ChipPAC Korea)가 반도체 수출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지역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인천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확대 해석은 그렇지만 기업이 지역경제를 이끌고, 살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정 업종과 기업에 기대면 조선업과 같이 한 순간에 급격히 지역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지역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의 수출과 생산량 증가는 일자리로 이어진다. 특히 인천 경제의 한축인 항만 등 물류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최첨단 업종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반론을 펼 수 있다.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도 부정보다는 긍정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하고 싶다.

기업이 지닌 긍정효과를 더 거두려면 지역 내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어 정답을 내놓기 어렵지만 기업 입장에서의 경제정책 수립과 실행은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인천시 등에서 기업 지원 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이 기업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반영한 정책인지 궁금하다.

이제부터라도 한국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활발한 생산할 수 있도록 인천 사회가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위식 속에서 인천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않고 발전을 거듭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