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2년래 최저치 기록


안전자산에 돈 몰리면서 시장 불안 커져
홍콩 4.3% 급락 마감·원/달러 환율 5년 반 만에 최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27달러 선까지 추락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20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12년 4개월 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27달러를 기록하면서 두려움에 사로잡힌 전 세계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움직였다.

아시아 각국 증시에서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와 달러화 환율은 급등했다.

중국의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 '자금 엑서더스'에 세계 증시 흔들…홍콩 증시 4.3% 급락 마감

이날 안전자산 쏠림 현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홍콩 증시였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는 362.36포인트(4.33%) 내린 8,015.44에 마감했다.

H지수는 오후장 개장과 동시에 최대 5.5%의 급락세를 보이며 장중 8,000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마감 직전까지 하락폭을 줄였다.

항셍 H지수는 국내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으로 설계해 판매한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도 주목하는 지수다.

항셍 지수도 749.51포인트(3.82%) 떨어진 18,886.30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2년 7월 이래 최저치였다.

중국 증시는 1% 대로 하락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03% 떨어진 2,976.69에, 선전종합지수 역시 1.03% 내린 1,876.31에 장을 마쳤다.

중국 증시는 전날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 발표에도 상승했지만 이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632.18포인트(3.71%) 떨어진 16,416.19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0월24일 이래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해 6월24일 고점 대비 21% 떨어지면서 약세장(베어마켓)에 들어섰다.

토픽스 지수는 51.44포인트(3.70%) 내린 1,338.97을 기록했다. 역시 지난해 8월10일 고점 대비 2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카부닷컴 증권의 야마다 쓰토무 애널리스트는 "모든 것이 하락하고 있다"며 "국제유가나 달러 대비 엔화 환율, 미국 증시, 홍콩 증시 등 뭐라도 저점을 찍지 않는 이상 (일본) 증시가 되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코스피도 44.19포인트(2.34%) 내린 1,845.45로 마치면서 중국 증시 폭락 사태가 일어났던 지난해 8월24일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만 가권지수는 155.76포인트(1.98%) 내린 7,699.12에 장을 마쳤다.

호주의 S&P/ASX 200지수는 61.54포인트(1.26%) 떨어지면서 4,841.53에 끝나 2년반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한편, 유럽 증시도 아시아 증시의 급락 마감을 반영하며 하락 출발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현재 전날보다 1.86%(109.14포인트) 내려간 5,767.66에 거래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CAC 40 지수는 2.46% 하락한 4,167.12,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2.53% 내려간 9,420.04를 보였다.

◇ 홍콩달러 환율 8년 만에 최고…엔화 가치는 승승장구

이날 홍콩달러 환율은 약 8년 5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유가가 약 3% 급락한데다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짙어지면서 직접적 연결고리가 있는 홍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환율은 달러당 7.8243 홍콩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였다.

이 때문에 홍콩이 30년 넘게 지켜온 달러 페그제가 폐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달러가 1999년 이래 가장 약세에 빠지고 있다며 "홍콩 달러가 이번 21세기에서 가장 약세로 향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코어퍼시픽 야마이치의 캐스터 팽 연구부문장은 "홍콩 달러의 하락은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며 "홍콩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5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1원 상승한 달러당 1,214.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10년 7월19일(1,215.6원)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이날 116.42엔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8월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토요 증권의 히와다 히로아키 연구원은 "원유 공급이 치솟고 중국 증시는 떨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위험 회피 분위기가 만연해졌다"며 "오늘 투자자들이 증시를 팔아치우고 엔화를 비롯한 안전 자산으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