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 5명 둔 소수민족 가정 막내딸·미혼…정치경력 11년인 '정치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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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의 제1야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후보가 13일(현지시간) 타이중에서 열린 선거 유세 중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대만의 제1야당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59) 총통 후보가 대만 사상 초유의 여성 총통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차이 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6일 치러질 대만 대선에서 임기 4년의 총통에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민진당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정권탈환의 꿈을 실현시켜줄 차이 후보는 입당한 지 11년밖에 되지 않는 여성 정치신인에 소수민족 가정에서 첩의 딸로 태어난 신분상 불이익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차이 후보는 대만 국립정치대 법대 교수를 지내다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정권 시절이던 지난 2000년 양안관계 사무를 맡는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을 맡으며 처음학계를 떠났다.

대륙위 주임을 맡을 당시 차이 후보는 민진당 당적조차 없었다. 대만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었음에도 그는 대륙위 주임 시절 중국과 소삼통(小三通: 통항·교역·우편거래)을 성사시키며 양안관계에 적극적이었을 정도로 정치색이 옅었다.

그러던 차이 후보는 4년 뒤인 2004년 민진당 가입과 함께 총선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민진당의 비례대표 순위 6번으로 입법위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06년에는 행정부 부원장(부총리)으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차이 후보에게 시험의 시기가 다가왔다. 2008년 대선에서 민진당 정권이 천 전 총통의부패 스캔들로 막을 내리며 차이 후보도 더 이상 편안하게 안주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만신창이가 된 민진당을 이끌 책임이 그에게 주어졌다. 아무도 주석직을 맡으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이 후보는 담담히 야당 주석직을 맡았고 당을 일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취임후 3년간 각종 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에 7차례나 승리하며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마잉주(馬英九) 정부 실정의 덕을 본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그의 소신과 결단력, 소통 친화력이 당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영향이 컸다.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마잉주 국민당 후보에게 80만표 차이로 패해 주석직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지난해 5월 93%가 넘는 지지율을 얻으며 주석으로 복귀하며 '대선 재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드라마틱한 정치적 성공사와는 별개로 그는 언론 앞에 나서는 것도 수줍어할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이런 성품은 첩실이었던 어머니 장진펑(張金鳳)으로부터 물려받았다.

그의 출생지는 타이베이(台北)이지만 차이 후보의 혈통은 산악거주 대만 원주민인 파이완(排灣)족 혈통을 지닌 푸젠성 출신의 객가(客家)인 후예로 분류된다. 그의친가는 이들 부족이 모여살던 대만 남부 핑둥(屛東)현에 자리 잡고 있다.

차이 후보의 아버지 차이제성(蔡潔生)은 2차 대전 직후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벌어 부동산, 건설, 호텔 사업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인으로 처첩을 5명이나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 후보는 이들 사이에서 11명의 형제자매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남다른 사랑을 받았던 차이 후보는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대만 최고의 명문인 대만 국립대 법대에 입학해 미국 코넬대학 법학석사,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법학박사 학위를 땄다.

대학교수에 이르는 동안 오랜 기간의 독신 미혼생활로 차이 후보는 동성연애자 의혹을 사기도 했다.

별다른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단발머리에 검정 머리인 차이 후보는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으로부터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이 같은 의혹에 답을 한 적이 없다.

대만 언론은 차이 후보가 미국 유학시절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교통사고로 숨졌다. 차이 후보에 대해서는 그 이후 어떤 스캔들도 나온 바 없다.

차분한 성품과 달리 차이 후보는 드라이빙이 취미다. 차이 후보가 한번은 타이베이에서 정부 회의가 열리는 핑둥까지 400㎞를 홀로 운전하고 간 적이 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