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진 인천농아인협회 연수구지부 사무국장 인터뷰
지역통역센터 1명당 1193명 담당 전국 최하위 … 운영열악 지적

"청각 장애인만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수화 한마디를 배웠으면 해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택진(51·오른쪽) 인천농아인협회 연수구지부 사무국장은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과 개선 관심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예산도 선심성 예산보다는 실질적으로 인권이 우선시 되고 삶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해야하죠. 장애 외에도 소외된 이웃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배려와 따뜻한 관심이 필요해요. "

대한항공의 항공 정비사로 일하던 그가 전문 수화 통역사로 명함을 바꾸게 된 건 30여년 전.

1989년 봉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성동원에서 지금의 아내인 이주순(48)씨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면서 대한항공을 그만두게 됐다.

그 후로 본격적으로 수화통역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KBS-1TV 사랑의 가족에서 수화통역을 하고, 청각장애인에게 긴급상황, 병원, 은행, 민원 등 일상 생활에서 통역 봉사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역할은 아내인 이 씨의 학교생활과 강의를 위한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인여자대학교에서 사회 복지를 공부하는 아내는 내년에 졸업을 하게 되요. 사회복지사 자격을 받으면 센터장으로 연수구와 인근에 사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양질의 수화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정 씨 부부는 지난해 1월부터 인천농아인협회 연수구지부를 설립해 예산 지원 없이 자비로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지부장을 맡고 있다.

정 씨가 자비로 지부를 설립하게 된 건 정부의 열악한 수화통역센터 운영 탓이다.

인천은 1개 수화통역센터에 통역사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통역사 1인당 담당해야 할 청각장애인이 1193명으로 전국 최하위이다.

반면 부산은 5개 센터에서 수화 통역사 28명이 근무하고 있어 직원 1인당 담당하는 청각장애인은 499명으로 인천의 절반 수준이다.

"저희 부부의 2차 목표는 부산이나 대구처럼 권역별 센터를 설립해서 인천 지역 청각장애인들이 손쉽게 수화통역을 지원받도록 하는 것이에요. 특히 저는 아내의 학업 지원이 끝나면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통역, 수화상담, 취업알선을 하고 연수구지부 일과 대학과 특강 강사와 방송활동을 지금처럼 계속할 것 입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