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년간 매달 청송교도소 방문 … "새로운 삶 살아가는 모습보며 보람"
▲ 이춘일 교정봉사자

인천 남동구 만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춘일(84·사진) 여사는 주머니에서 편지 한통을 꺼내 보였다. 그가 지난 30년간 매달 방문하고 있는 청송교도소의 한 수형자가 보낸 편지였다.

편지에는 이 여사를 만나며 달라진 자신의 모습, 자신을 변화시켜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내용이 가득했다.

"그 사람들이 죗값을 치뤄야하는건 당연해요. 하지만 다시 사회에 나왔을 때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사회에 필요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죠."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교정 봉사는 벌써 30년을 맞았다. 가족들조차 면회를 오지 않는 강력범죄자들에게 이 씨는 진심을 다해 다가갔다.

"처음에는 경계하는 눈빛이었어요. 왜 자기한테 따뜻하게 대해주나 경계심이 서려있더라고요. 젊었을 때는 한 달에 2~3번은 다녀왔으니깐 지금보다 자주 만났죠. 시간이 지나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들도 마음의 문을 열더라고요"

이씨는 사랑만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부분은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관심과 사랑으로도 쉽게 변해요. 누군가가 나에게 진정한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그들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크게 다가가더라고요. 따뜻한 포옹이 그들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돼요."

그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였다. 사랑과 관심으로 변화된 그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그는 30년간 자신과 인연을 함께 한 수형자들은 출소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

"잘못을 뉘우치고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며 지내는 아이도 있죠. 가정을 지키는 늠름한 가장이 된 사람도 있고…. 명절마다 '어머니'라고 부르며 인사오는 애들을 볼 때 마다 지나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요.

내가 교정 봉사를 해온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구나, 쉽지는 않지만 사람들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구나 싶어요."

이 여사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거예요"라며 "봉사활동을 통해서 저 또한 살아있음을 느끼거든요.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쁨이 큽니다"라고 말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