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극단 미추홀 창단
지역 연극 대중화 공로
마지막 공연 관객 호응

"방하착(放下着). '마음을 비워라'는 말이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극계를 떠나려 합니다."

인천 연극계 원로 김종원(75·사진)선생이 지난 9일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공연을 끝으로 연기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 선생은 지난 1981년 1월27일 인천을 대표하는 극단 미추홀을 창단해 그동안 65회 정기공연을 펼쳤다.

"극단 창단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죠. 연극영화과를 나와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부푼 꿈을 안고 조감독 생활부터 시작했어요. 영화제작에 참여했는데 거듭된 흥행실패로 인천으로 오게 됐어요. 인천과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는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막막함에 경양식 집을 운영하며 연극을 잠시 놓았다. 일을 하면서도 무대에 대한 미련은 계속됐다. 그는 고민끝에 인천에서 연기 인생 2막을 올렸다.

"미추홀 극단을 창단하면서 연출가로, 때로는 무대 위에서 연기자로 관객과 소통하며 살아온 35년입니다.

연극을 통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활동은 없을 겁니다."

김 선생은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이 연극을 더 가까이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 청소년을 위한 연극에 몰두하기도 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라는 곳이 있어요. 그 곳에서 인천지회장을 지내며 15년간 인천청소년연극제를 진행했습니다. 연극을 멀게만 느끼는 아이들에게 자주 접할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에서는 그의 연기 인생은 물론, 황혼의 모습을 표현해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유독 60~70대 관객들이 많이 왔어요. 한시간반동안 펼친 연기 속에서 지나온 자신들의 인생을 본거죠. 연극은 곧 우리의 인생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가져야지, 무엇을 하고 죽어야지' 하는 부질없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 나는 이제 영원한 망각의 공간을 향해 발길을 옮기려 합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