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명승부는

엘스·구센·스콧 등 인터팀 막강
우즈 - 엘스 일진일퇴 공방 펼쳐


1994년 첫 개최 이후 2년마다 열리고 있는 프레지던츠컵은 유럽을 제외한 각국 골퍼들이 참가하는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의 대항전이다.

그런데 역대 전적을 보면 인터내셔널팀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팀은 지금까지 미국팀에 1승1무8패로 크게 뒤져 있다.

골프가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발전해오다 보니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국가 선수들로 구성한 인터내셔널팀은 아무래도 세계 최강 미국팀에 역부족이었다.

늘 승부는 일방적이거나 싱겁게 끝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인터내셔널팀이 미국팀을 궁지에 몰아넣으며 팬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 명승부도 있었다.

그 명승부는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조지의 팬코트 호텔&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5회 대회에서 나왔다.

당시 인터내셔널팀은 전성기를 누리던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 팀 클라크 등 남아공 3인방과 애덤 스콧, 로버트 앨런비, 스튜어트 애플비 등 호주 3인방이 포함되며 역대 최강 멤버를 구축했다.

게다가 그해 PGA투어 상금왕 비제이 싱(피지)과 마스터스를 비롯해 PGA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합류했다. 이번 대회 인터내셔널팀 단장을 맡은 닉 프라이스(짐바브웨)도 당시 전성기가 지나있었지만 선수로 참가했다.

프라이스는 2002년 PGA투어 마스터카드 콜로니얼에서 45세의 나이로 6타차 완승을 거둬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한국 최고의 골퍼 최경주가 처음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에 뽑힌 것도 2003년 대회였다.

2003년 대회 인터내셔널팀 구성은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을 '원투펀치'로 내세운 미국팀이 오히려 이름값에서 밀릴 정도였다.

미국은 우즈와 미컬슨 말고도 데이비스 러브3세, 데이비드 톰스, 저스틴 레너드, 짐 퓨릭, 크리스 디마코, 제리 켈리, 찰스 하월, 케니 페리 등 당시 잘 나가던 선수들을 대거 내세웠다. 올해 대회 단장인 제이 하스도 선수로 뛰었다.

전력이 막강해진 인터내셔널팀은 대회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다. 첫날 포섬 경기에서 프라이스·위어, 구센·싱, 엘스·스콧이 승전보를 전하며 미국을 앞섰다.

이튿날 포섬 5경기에서 4패를 당해 역전을 허용했지만 3라운드 포볼 6경기를 모조리 가져오며 승점 4점차로 미국을 따돌렸다. 1998년 대회에 이어 두번째 우승이 보였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싱글 매치플레이에 강한 미국은 최종일 대반격에 나섰다.

퓨릭, 켈리, 페리가 차례로 승리를 챙기더니 승점 1점을 주고받는 대접전이 벌어졌다.

12명의 선수 가운데 10번째 주자로 나선 싱이 톰스를 4홀차로 완파하자 11번째 매치에서 우즈가 엘스에 4홀차 대승을 거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양팀 마지막 주자로 나선 앨런비와 러브3세는 18번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7번홀까지 1홀차로 앞섰던 러브3세가 18번홀에서 어프로치 실수로 파세이브에 실패한 것이 미국팀으로서는 뼈아팠다. 러브3세의 실수는 프레지던츠컵 사상 최고의 매치를 성사시켰다.

서든데스 연장전을 벌이게 되자 미국팀 단장은 우즈를 내보냈고, 인터내셔널팀은 엘스로 맞불을 놨다. 두 사람 모두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였다.

전 세계에 생방송되던 경기 시청률이 순간적으로 치솟았다. 둘이 벌인 서든데스 연장전은 그러나 해가 질 때까지 결판이 나지 않았다.

두 선수는 8번홀(파5), 1번홀(파4)에서 나란히 파로 비겼다.

2번홀(파3)에서 세번째 연장전 티샷을 할 때엔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참이었다.

어둑어둑한 그린에서 우즈가 까다로운 3.5m 파퍼트를 우겨넣고 어퍼컷을 날리며 포효했지만 엘스는 2m 파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더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양팀 단장은 대회를 공동 우승, 즉 무승부로 마감하기로 합의하며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