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조심스런 반응
인천시가 앞으로 공공요금을 인상할 때에는 인천시의회 의견을 반드시 청취해야 한다. '권한 침해'를 들어 반발하던 시는 소송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일보 8월6일자 5면>

시의회는 14일 제22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를 열고 '지방물가대책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재의요구안'을 재의결(원안가결)했다.

이 조례안은 시가 공공요금을 조정할 경우 지방물가대책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에 앞서 시의회 관련 상임위원회의 의견을 듣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가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공공요금을 인상하기에 앞서 시민의 대표인 시의회에 관련 내용을 알리라는 차원에서 마련된 조례다.

시는 지난 4월 버스·지하철요금을 일제히 인상하면서 공청회나 토론회와 같은 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시의회로부터 질책 받은 바 있다.

시의회가 지난 7월 조례안을 처리하자, 시는 지난달 재의를 요구했다. 시 집행부의 권한을 침해하며 심의절차가 중복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시의회는 이러한 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던 임정빈(새, 남구 3) 의원은 5분 발언에 나서 "상·하수도, 지하철, 버스, 택시요금 등 시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더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처리하자는 의도였다"며 "도대체 어떤 내용이 권한과 독립성을 침해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안으로 법적 자문을 구한 결과,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입법 취지에 합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며 "일고의 의견 제시도 없이 재의 요구를 해온 방식도 섭섭함을 넘어 심히 유감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날 시의회는 이번 재의요구안을 표결 끝에 재석의원 28명 중 찬성 23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

재의요구안이 가결됨에 따라 시는 앞으로 공공요금을 올릴 때 시의회 의견을 들어야 한다. 시내버스·전철·택시·하수도·쓰레기봉투·상수도 요금 등이 의견 청취 대상이다.

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버스·지하철 요금에 최근 주민세 인상까지 겹쳐 증세 논란이 불거진 마당에 소송을 냈다간 '공공요금을 올리기 위해 소송을 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조례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던가, 대법원에 조례안이 상위법에 어긋나 무효라는 소송을 내야 한다.

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소송을 내던지 운영하면서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