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시선-작가들]
문학계간지 '작가들' 여름호 … 골목길 사진 '시선'·책의 수도 주제 '특집' 등 담아

인천작가회의의 문학계간지 <작가들> 2015년 여름호(통권 53호)가 출간됐다.

이번 여름호에서 먼저 만날 수 있는 꼭지는 '시선'이다. 배다리 사진관 소속 사진작가들이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인천 북성동 등지의 골목길을 담은 사진이 눈길을 끈다. 서민들의 발걸음이 새겨진 오래된 골목길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을 표현한 사진들. 존재감을 상실한 서민의 골목길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연대와 공동체의 눈을 가지려는 첫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이번 호 특집은 '도시와 독서생태운동'이란 주제로 꾸며졌다.

인천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2015년 책의 수도'로 선정된 것에 대해 문학평론가 고영직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안찬수가 각각 책과 도시의 역사, 우리 독서운동의 현실을 짚어냈다.

고영직은 '꿈꾸는 책들의 나우토피아를 위하여'란 글을 통해 책이 담고 있는 인문학적 정신이 공동체주의와 연결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그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마리날레다' 등 유럽의 대안 마을공동체 현장을 예로 들며 이 같은 공동체가 가능했던 이유가 자급, 자치, 자유를 구현하는 정신과 실천에 있다고 보았다. 자급=경제, 자치=정치, 자유=문화라 할 수 있는데 결국 하나의 공동체 사회 또는 국가를 지탱하는 3요소인 자급·자치·자유라는 인문정신은 책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 또 브라질의 세계적인 문화도시인 꾸리찌바의 성공이 수십 곳의 빈민촌에 세워진 '지혜의등대도서관' 프로젝트 등에서 보듯 지역 주민에게 문화적 혜택을 나누는 나눔과 공유, 사회적 합의의 가치관(철학)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도시의 생명 유지에 있어서 문학과 예술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에 전부는 아닌 것이다"며 눈앞 이익만을 좇는 핏발 선 '혈안(血眼)'을 비판하며 우리에게 천안, 혜안 그 이상의 눈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안찬수는 유네스코의 세계 책의 수도의 역사와 의미와 올해 책의 수도로 선정된 인천의 사업 계획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그는 주민들이 평등하게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책 읽는 문화를 바탕으로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하면 책 읽는 문화공동체 속에서 시민들 각자 자기 삶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이 책의 수도로 선정된 인천과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이 반드시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 시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작가들 코너 '담·담·담'에서도 '세계 책의 수도'를 맞아 '책 읽는 시민과 거점으로서의 도서관'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계양도서관 문헌정보과장 박현주와 문학평론가이자 <충북작가> 편집위원인 소종민, 남구도서관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화가 류성환, 아동문학평론가 송수연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독서, 저작, 출판, 유통의 독서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도서관의 주체이자 주인인 주민들의 참여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정비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우현재'에서는 인천 출신 소설가 한남철의 삶과 그의 작품에서 드러난 도시의 빈곤한 풍경을 담아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제곤이 한남철의 <바닷가 소년>에서 그려진 아스라한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비평'란에서는 타살 또는 학살이나 다름이 없는 세월호 참극이 일어났지만 현실은 고요하기만 상황에서 문학의 역할을 되묻고 있는 함성호의 <타인의 고통과 만나는 문학의 자리>, 양재훈의 <불/가능한 공감>이 진중한 질문을 던진다.

역량 있는 작가들의 시와 소설 작품들도 가득 채워졌다. 정세훈과 김해자, 이세기, 함명춘, 이명희, 정민나, 손병걸, 백상웅 등의 작가들이 아슬아슬한 언어의 날을 시로 풀어냈고 '소설'엔 이상실이 단편 <직무유기>로 집요한 죽음의 이야기를 던져놓으며, 백수린은 <스트로베리 필드>로 현대인의 삶을 예민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르포'에서는 정윤영이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실태를 취재했고 임정자가 현재 진행형인 세월호의 비극과 의미를 묻고 있다.

인천작가회의, 350쪽, 1만3000원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