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명칭 변경 '요지부동'...소도시 병행 표기 英 사례 억지
인구 300만명의 인천이 서울의 위성도시인가.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을 '서울인천국제공항'으로 표현하는 이유로 영국의 '런던 스탠스태드 공항'과 '런던 루튼 공항'과 같은 사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스탠스태드 마운트피쳇(Stansted Mountfitchet)은 인구 6600여명, 루튼(Luton)은 20만여명의 '위성도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일보 6월16일자 1면>

16일 위키피디아와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수록된 두 도시의 정보를 확인한 결과, 스탠스태드 마운트피쳇은 지난 2011년 기준 인구 6669명의 '마을' 수준의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넓이는 겨우 1.785㎢에 불과했다. 1040.82㎢의 인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도시다.

루튼도 인천에 비하면 한참 작은 도시다. 루튼은 런던에서 50㎞정도 떨어진 곳으로, 인구 20만3600명에 넓이 43.35㎦의 소도시였다. 인구로 따지면 인천 전체의 15분의 1, 넓이로는 계양구와 비슷한 규모다.

정부는 두 공항의 사례를 들어 인천국제공항을 '서울인천국제공항'으로 표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례가 있으니 인천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인구 300만명의 대도시를 스탠스태드 마운트피쳇과 루튼처럼 '위성도시' 취급하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현재 항공정보간행물(AIP)에 수록된 '서울인천국제공항'을 수정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가 정정한 뒤 AIP 수록을 요청하고, 항공관제과가 정정 발행을 지시하면 끝나는 간단한 절차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기존의 명칭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공항 이름을 바꿔달라는 인천시의 요구를 '대구공항→박정희공항', '무안공항→김대중공항'과 같은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잘못된 명칭을 바로 잡자는 요구(인천공항)를 정치적인 이유(대구·무안공항)와 같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시는 국토부와 협의를 벌인 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지역에 이러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선 지난 2013년 인천을 달궜던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범시민지원협의회'와 비슷한 차원의 시민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이름 찾기는 지자체와 정치권 등 일부에서 보이는 이익 앞세우기가 아니라 정당한 요구다"라며 "계속된 설득을 통해 공항이름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영·김원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